“이중항체로 뇌 장벽 넘었다”…에이비엘, 파킨슨병 치료 안전성 입증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를 위한 이중항체 기술이 신경과학 분야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ABL301’(글로벌 개발명 SAR446159)은 미국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돼, 뇌 질환 신약 개발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강화, 뇌 장벽(BBB) 극복 이중항체 신약 트렌드 촉진의 신호탄으로 주목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미국에서 건강한 성인 91명을 대상으로 ABL301의 정맥주사 투여 시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을 실시했다고 1일 밝혔다. 임상은 단일용량증량(SAD)과 다중용량증량(MAD) 두 파트(각 56명, 35명)로 구성됐으며, 1차 평가항목으로 치료 후 이상반응(TEAE), 중대한 이상반응(SAE) 발생 여부가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SAD와 MAD 모두에서 사망 혹은 중대한 이상반응은 전혀 보고되지 않았으며, 모든 이상반응은 1~2등급의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SAD 파트에서는 4명(7.1%), MAD 파트에서는 2명(5.7%)이 치료 관련 이상반응을 경험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위약군에서 발생했다. 해당 데이터는 뇌질환 정밀치료제의 초기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자체 개발한 ‘그랩바디-B’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파킨슨병의 주요 원인 단백질인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 축적을 차단하는 이중항체가 혈액-뇌 장벽을 효과적으로 통과해 표적 부위에 작용한다는 점이 핵심 기술적 차별점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항체가 BBB(혈액-뇌 장벽) 투과에 한계가 있던 가운데, 이중항체 접근법이 뇌질환 치료 효과를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약 후보물질 ABL301은 2022년 1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개발·상업화 독점권을 기술이전 했으며, 현재 후속 임상시험을 위한 스폰서 변경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은 신약 개발 속도와 범용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 등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신경퇴행성 질환 시장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에서도 뇌·신경계 항체 신약에 대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들이 유사 플랫폼에 대한 임상을 확대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이 미국 내 첨단 이중항체 임상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한 사례는 아직 드물다.
이와 관련해, 임상 단계 신약의 글로벌 진입을 둘러싼 규제 환경도 주목받는다. ABL301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철저한 임상시험 디자인 하에 진행되었으며, 향후 식약처 등 국내외 규제기관의 허가 과정에서 데이터 투명성 및 환자 안전성 확보가 핵심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파킨슨병 등 뇌질환 신약의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크다”며 “ABL301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ABL301의 임상 1상 안전성 확보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신약 시장 진출 재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실제 시장 안착까지 추가 임상 및 기술적·규제적 허들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