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영, 묻고 또 응시했다”…흑백의 사색→온기 깃든 시선이 남긴 여운
차가운 흑백 프레임 속에서 배우 이채영이 또렷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도심의 바쁜 소음마저 잠잠해진 듯 단단히 눌러쓴 비니와 촘촘한 체크셔츠, 두툼한 백팩 그리고 한 권의 책이 그녀를 일상의 무게에서 지탱해 주는 오브제가 됐다. 꾸밈을 벗어던진 채 무심히 책을 든 모습에서는 나른한 침묵과 동시에 흔들림 없는 응시, 그리고 어딘가 다짐이 어린 얼굴이 조용한 울림을 전했다.
사진 위에 얹힌 문장은 삶과 의미에 대한 이채영만의 깊고도 직접적인 질문이었다. 이채영은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질문은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이다. 카뮈가 묻지 않았더라도 모든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질문이 된다. 의미. 인생의 의미. 인생의 디폴트 값이 고통이라면, 삶을 살아내고 견뎌내기 위해서 '무엇'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가. 자신이 쫓는 가치가 인생의 방향성이 된다. 그래서 의미가 사라져버린 인간은 무너져 내린다. 무엇에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가”라는 깊은 사색의 한 줄을 새겼다.

복고 감성의 체크셔츠, 넉넉한 점퍼와 작지만 손끝에서 만져지는 백팩의 장식까지, 단정한 스타일 한가운데 일상을 버텨내는 내면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겼다. 흑백이라는 색채의 결핍 속에서도 이채영의 또렷한 눈동자에서는 포기하지 않으려는 단단함이 흐르고 있었다. 오히려 색채가 사라진 공간이기에 사진 속 다짐과 온기가 더 깊이 다가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팬 역시 그의 사색에 기꺼이 발을 들였다. "당신의 고민이 내 마음과 닿는다"는 위로, 그리고 하루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댓글이 이어졌다. 단지 배우의 SNS가 아닌, 한 편의 여운 깊은 에세이로 퍼져나갔다.
무채색의 프레임 안에 새겨진 질문은 최근 화사한 이미지를 잇달아 선보였던 이채영의 새로운 변주였다. 자신의 존재 이유, 삶의 바닥에 손을 뻗어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한 장의 사진이 이번에는 팬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