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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계획 메일 수백통”…한국 출연연 노린 중국 인재 영입, 기술안보 경보음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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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학기술 인재 확보 프로젝트로 알려진 ‘천인계획’이 해외 자국인뿐 아니라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원들까지 적극 겨냥하며, 국가 기술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 출연연 산하 연구자 수백명이 천인계획 관련 영입 초청 메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최근에는 명칭과 전략을 바꾼 변형 프로그램까지 동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현 시점에서 연구자 보안 관리 체계, 법‧제도적 대응이 산업계 전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짚는다.

 

문제의 시작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및 산하 출연연에 전달된 수백통의 초청 이메일이다. KAIST,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 임직원이 ‘중국 우수 과학자 펀드’ 등 제목의 이메일을 받아, 기술·연구 인재 영입 타깃이 광범위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 지난해 초 과학기술원 교수 149명도 같은 유형의 메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대학뿐 아니라 공공연구기관까지 기술 포섭 시도가 번진 셈이다.

이 메일들은 대부분 1000fb.com, 1000talent.online 등 천인계획을 암시하는 도메인을 활용했다. 아이디 및 링크 클릭 유도 등은 스팸 차단 시스템에 걸러졌으나, 일부 연구자는 메일을 직접 열람하고 실제 노출됐던 사실까지 조사에서 밝혀졌다. 특히 최근엔 외국인 전문가 프로젝트, China Talent Innovation Hub, 111 Project 등 새로운 명칭으로 연구자를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맞춤형’ 영입 전략으로 진화했다.

 

기술 유출 위험성을 높이는 주요 변수로는 학회 참석 등 명목의 잦은 해외 출장 사례가 꼽힌다. 실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출연연 임직원 중 10회 이상 중국을 방문한 연구자가 27명, 15회 이상이 2명에 달했다. 전문가는 반복적 접촉을 통해 ‘네트워크 신뢰’를 쌓고, 향후 영입·기술 이전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유사 사례는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자국 학자 대상 타국 인재 프로그램 참여 제한, 연구보안 강화 등 다각적 대책을 추진 중이며, 유럽 역시 국가·기관 단위의 연구보안법 도입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스팸 메일 차단 외에 실질적 신고 의무 체계, 조직적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KAIST에선 매달 2~3건씩 천인계획 유사 메일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지만, 교수 개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어 잠재 위험이 상존한다.

 

최수진 국회의원은 “연구보안이 곧 국가안보라는 관점에서, 연구과제 보안등급 세분화, 보안 전담조직의 법정화, 신고·평가 절차 마련 등 실효적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이메일 해프닝이 아니라, 기술영입 경쟁의 첨예화 속에 한국 과학기술 인력 보호 체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정보보안, 국가 정책 시스템의 조화가 미래 산업 성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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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계획#한국출연연#기술유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