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일 만의 태극 배트 재회”…이정후·김하성, 나란히 안타→MLB 동반 출전 성사
서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마주한 순간, 관중의 눈빛과 박수는 한없이 따뜻했다.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를 가득 메운 긴장감 속에서 이정후와 김하성은 495일 만에 빅리그에서 다시 얼굴을 맞댔다. 두 선수 모두 1안타씩 기록하며, 태극기가 새겨진 배트로 첫 맞대결을 치른 장면은 현장에 색다른 울림을 남겼다.
2025년 8월 16일 오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기는 빅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순수 한국인 메이저리거 동반 출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정후는 6번 타자 겸 중견수로, 김하성은 8번 타자 유격수로 각각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트한 승부 끝, 양 팀 모두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9회초 얀디 디아스의 결정적 적시타로 탬파베이가 7-6의 신승을 거뒀고, 샌프란시스코는 아쉽게 6연패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1도루를 올렸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출루한 뒤 과감하게 2루를 훔치며 시즌 9호 도루에 성공했다. 동료 크리스천 코스의 2루타에 힘입어 홈을 밟아 시즌 60득점 고지에 올랐다. 8회말에는 강속구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생산,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타율은 0.257까지 소폭 상승했다.
반면 김하성 역시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기량을 과시했다. 4회초 1사 1,2루에서 내야 안타로 출루한 그는, 챈들러 심프슨의 적시타 덕분에 시즌 5번째 득점을 추가했다. 무엇보다 8회말 무사 만루에서는 패트릭 베일리의 강한 타구를 호쾌하게 잡아내는 호수비로 수비력까지 뽐냈다. 시즌 타율 역시 0.211로 끌어올리며 의미 있는 기록을 더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플레이어스 위크엔드’에 맞춰 양 선수 모두 태극기가 새겨진 배트로 MLB 첫 맞대결 타석을 소화한 점이다. 시즌을 앞두고 김하성의 탬파베이 이적으로 인해 두 선수의 맞대결은 지난해보다 적어졌고, 올해 세 차례 만남 중 첫날 무대였다는 점도 팬들의 기대를 한층 높였다.
KBO 리그 시절 이후 495일 만에 재회한 두 선수는, 이날로 MLB 통산 8번째 동반 출전을 기록했다. 잠깐의 인사가 아닌, 앞으로도 남은 세 경기에서 도전과 경쟁의 순간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는 곳곳에서 태극기와 선수 이름을 연호하는 응원 구호가 들려왔다.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씨앗을 틔운 두 선수의 재회는, 한국 야구 팬들에게 오늘 하루 또 한 번 큰 울림으로 남았다. 이들의 새로운 도전은 8월 17일과 18일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