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 블론세이브 충격”…KIA 타이거즈, 9회 비극→역전패 고개 떨궜다
9회말 마운드를 향한 정해영의 발걸음에 관중의 기대와 긴장감이 동시에 감돌았다. KIA 타이거즈 팬들은 모처럼 찾아온 승리의 순간을 간절히 바랐지만, 단 하나의 투구가 운명을 바꿔놓았다. 역전으로 이어진 마지막 회, 벤치의 표정과 관중석의 탄식이 비로소 뒤엉켜버린 밤이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달 31일 수원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6-4로 앞서던 9회말, 정해영을 마무리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해영은 KT의 김상수에게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한 순간의 흔들림으로 KIA는 6-7,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중위권 경쟁에서 발목이 잡혔다.

정해영은 올 시즌 들어 7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 리그 마무리 투수들 중 김택연(두산, 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게 됐다. 평균자책점 역시 4.17로 치솟아, 2022시즌 기록했던 3.38을 넘어섰다. 이는 정해영에게도 팀에게도 쉽지 않은 수치다.
전반기에는 41경기에서 2승 4패 23세이브 평균자책점 3.25로 4위 자리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정해영이지만, 후반기 8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7.71로 크게 흔들렸다. 무실점 경기도 5경기에 그쳤다. 이범호 감독은 이런 흐름을 끊기 위해 지난 7월 17일 정해영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2군에서 약 10일간 재정비를 시켰다.
재정비를 마치고 복귀한 정해영은 1군에서 다시 희망을 보였다. 7월 27일 복귀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으로 6연패 탈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직후 SSG전에서도 상대 중심 타선을 막아내며 위기의 팀을 지탱했다. 그러나 좋은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고, KT전 9회말의 실점이 다시 팬들의 가슴을 무겁게 했다.
이번 패배로 KIA는 3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졌고, 5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격차 또한 3.5경기로 좁혀졌다. 치열한 가을야구 경쟁에서의 한 경기, 한 순간이 팀 분위기와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구장 위를 맴도는 뒤끝 없는 함성과 굳게 다문 선수들의 표정이 긴 여운을 남겼다. KIA 타이거즈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팬들은 다시 한 번 정해영과 팀이 위기를 딛고 일어서길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