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희자매, 손끝에 스민 고단함”…상연 씨, 눈물의 일상→가족의 온기 어디까지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은 집 안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적신다. KBS1 ‘동행’은 경남 밀양의 작은 빌라에 사는 할머니 상연 씨와 손녀 희진, 희정 자매의 하루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냈다. 이른 아침부터 부엌을 지키는 자매의 조용한 손길, 자전거 뒷자리에 담긴 정성의 도시락, 모든 시간은 사랑으로 뭉근하게 익어간다. 한때 낯선 타지에서 시작했던 할머니 상연 씨의 인고, 빚더미와 병치레가 만든 주름진 손등이 때로는 마음 깊숙한 곳을 찌른다.
상연 씨는 가족의 무거운 사연을 홀로 감당해 왔다. 지적 장애가 있는 남편과 아들, 그리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 맞서기 위해 일손을 놓지 않았다. 감자밭과 논밭, 식당 일까지 하며 살아온 세월, 속내를 내보이지 않는 상연 씨의 진득함 뒤로는 손녀들을 향한 미안함과 사랑이 진하게 드러난다. 그런 할머니 곁에서 희진이와 희정이는 서툰 손끝으로 집안을 돌보고, 힘겹게 버텨온 어른을 서서히 이해해간다.

할머니의 부재를 체감하는 시간마다, 자매는 감정을 행동으로 바꾼다. 언제부턴가 어린 아이답지 않게 가족의 빈자리를 메우고, 부엌일에 손을 보탠다. 둘째 희정이는 언젠가 요리사로 성장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꿈도 속삭인다. 두 사람의 소박한 희망은 바쁜 하루 속에서 쉴 틈 없이 피어난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노동, 감춰두려고 애쓴 고단함에도 저녁이 되면 고구마 한 점과 작은 웃음이 밥상 위에 놓인다. 할머니와 손녀들의 뒷모습은 고요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손끝에는 세대를 잇는 고운 온기가 흐른다. 카메라는 많은 말을 아끼고, 꽉 닫힌 세상에도 희망이 스며든다는 믿음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KBS1 ‘동행’ 제520화 ‘할머니의 보물, 희자매’는 8월 23일 토요일 저녁,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켜가는 소박한 일상을 따라간다. 주말 저녁, 삶의 무게만큼 깊은 여운을 담아 시청자 곁으로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