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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0.67% 상승”…뉴욕증시, 트럼프·시진핑 통화 기대에 기술주 랠리→관세 불확실성 완화 시그널
경제

“나스닥 0.67% 상승”…뉴욕증시, 트럼프·시진핑 통화 기대에 기술주 랠리→관세 불확실성 완화 시그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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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밤이 깊어질 때, 월가의 전광판에는 이례적인 긴장감과 기대가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6월 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미·중 무역 재점화 우려 속에 약세로 문을 열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화 기대가 돌연 부상하며 장 막판 뚜렷한 회복세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라앉을 조짐에 투자자들의 심적 부담이 누그러졌고, 기술주가 이끄는 오름세가 뉴욕증시의 리듬을 바꿔놓았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41포인트(0.08%) 오른 42,305.48에 거래를 마치며 조심스럽지만 안정된 발걸음을 내디뎠다. 대형주 중심인 S&P500 지수는 24.25포인트(0.41%) 상승한 5,935.94를 기록했고, 기술주로 채워진 나스닥종합지수는 128.85포인트(0.67%)가 올랐다. 19,242.61로 마감한 나스닥은 미중 정상 통화라는 외교적 변수에 한 줄기 낙관의 서광을 받아들인 듯했다. 나스닥100 역시 0.71% 오른 21,491.75를 나타냈다. 반면, 공포의 지표라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1.13% 하락한 18.36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다소 진정됨을 시사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환율 역시 미국 증시 반등과 보폭을 맞췄다. 6월 2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6원 떨어진 1,377원에 고정됐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 가능성을 키우며, 국내 증권가에 잠재적 활기를 불어넣는 신호로 해석할 만했다.

 

시장의 결정적 변화에 불씨를 지핀 주체는 트럼프와 시진핑 두 정상의 전화 회담 가능성에 대한 공식 메시지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주 두 정상이 통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정제된 낙관의 언어를 남겼다. 트럼프가 최근 중국을 겨냥해 무역합의 불이행을 강하게 겨냥한 직후라, 정상 간 대화로까지 이어질 경우 미중 무역 긴장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시장에 실렸다.

 

프리덤캐피털마켓 제이 우즈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직접 소통은 글로벌 시장이 갈구하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책의 향배에 따라 투자 심리가 휘둘릴 수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 드러났지만, 외교 이벤트가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할 경우 증시가 전례 없는 고지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왔다.

 

미국 정부는 6월 4일까지 각국에 관세 협상과 관련한 “최고의 제안”을 요청했다고 전해졌으며, 이는 단기적으로 관세 이슈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동시에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 PMI는 48.5로, 기준선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의 여진을 보여줬다. S&P 글로벌 제조업 PMI는 52로 확장세를 유지했지만, 공급망 혼선과 관세 압박이 여전히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음도 확인됐다.

 

이날 증시 분위기를 이끈 업종은 에너지와 기술주였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철강 관세 인상 방침 이후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23% 이상 치솟았고, 스틸다이내믹스 역시 두 자릿수 반등을 그렸다. 반면, 건설 관련주는 금리 부담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주춤하며 풀티그룹, 닥터호튼 등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대표 기술주들 중 테슬라와 알파벳이 각각 1.09%, 1.55% 약세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전일 급등에 대한 차익실현 움직임과 규제 부담이 맞물렸고, 알파벳도 광고 매출 둔화 우려가 무게를 더했다. 반면, 엔비디아 주가는 1.69% 올랐고, 메타는 3.65% 급등하며 시장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역시 소폭 상승했고, 애플은 시가총액 3조 달러를 회복하며 기업가치의 시대적 변곡점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26조 5,5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집계 대비 2조 5,316억원 감소한 수치로, 테슬라 보관금액은 1,211억원 줄어든 32조 2,371억원, 엔비디아도 6,085억원 줄었지만 주가는 상승세를 그렸다. 반대로 팔란티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메타 보관금액은 완만하게 올랐다. 브로드컴은 이날 2.74%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ETF 중에서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가 2.31% 상승했고, 테슬라 레버리지 ETF는 1.81% 하락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75.6%로 높게 점쳐졌다. 이는 연준이 한동안 기준금리 변화를 보류할 것이란 신호로,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을 일부 걷어내는 요소가 됐다.

 

뉴욕증시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통화 가능성, 관세 정책 변동, 제조업 지표 혼조, 주요 기술주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새 국면으로 진입했다. 투자자들은 외교적 이벤트의 실질적 파급력, 관세 정책 향방, 그리고 경기지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장 저변의 변동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밤하늘처럼 한 치 앞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금융시장의 구름 뒤편에는 늘 새로운 조짐이 겹쳐지고 있다. 투자자와 소비자, 기업은 각자의 자리에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주에는 미중 정상 간의 실제 통화 여부, 이어지는 관세정책 발표가 증시의 진로와 투자심리를 또 한 번 갈라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장은 더 깊고 단단한 확신의 ‘신호’만을 고대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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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트럼프#시진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