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 머문다”…대구 찜통더위 속 쾌적한 피서 공간 찾기

요즘 대구에서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여름이면 밖 나가 얼음물 한잔이 곧 피서였지만, 지금은 공간을 골라 더위를 ‘피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점점 더 뜨거워지는 계절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생활 태도가 담겨 있다.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 속에 대구의 도심 한복판에도 색다른 피서 풍경이 펼쳐진다. 7일 대구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 내외, 밤에도 열대야가 예상된다고 한다.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더 올라가고, 야외에서 잠깐만 걸어도 땀이 쏟아진다. 그러다 보니 SNS에는 요즘 실내명소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피서 인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국립대구과학관은 요즘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실내 체험, 오락과 학습을 동시에 누리며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엄마는 “과학관에서 아이가 신기한 걸 많이 보고, 에어컨 바람 아래 지치지 않으니 마음이 놓였다”고 느꼈다.

문화 공간도 인기다. 대구미술관에서는 시원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여러 현대미술 전시가 펼쳐진다. 땀에 젖지 않고,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한 관람객은 “밖에선 한 걸음도 힘든데, 미술관 안에서는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를 만큼 평화롭다”고 말했다.

역사적 감성을 즐기는 이들은 계산성당을 찾는다. 고딕양식 성당은 한적하고 시원한 내부 덕에 잠깐의 쉼,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누리기에 제격이다. 인근 근대골목을 함께 거닐다 보면 도심 속에서 색다른 역사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이월드 역시 젊은 세대와 가족들에게 주목받는다. 다양한 실내 놀이시설과 먹거리, 어트랙션이 모여 있어 날씨에 상관없이 재미와 추억을 쌓을 수 있다. “밖에선 더위가 밀려오는데 실내에선 하루 종일 뛰며 놀 수 있어 좋다”는 체험담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온열 환경에서는 실내에서 쾌적한 시간을 보내는 게 건강을 위한 기본이라고 진단했다. 도심 공간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만의 쿨존’에 머무는 것이 올해 여름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로 떠올랐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매번 더위에 지쳤는데, 이제는 실내 명소가 여름 필수코스가 됐다”, “더위 피하면서도 아이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니 일석이조”라는 공감이 쏟아진다.

결국, 점점 더워지는 대구의 여름 속에서 중요한 건 ‘나만의 공간’에서 무리 없이 보내는 하루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