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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획이 대구 성장 유전자를 바꿨다”…진화가 불러온 생태계 변화
IT/바이오

“남획이 대구 성장 유전자를 바꿨다”…진화가 불러온 생태계 변화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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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남획이 바다 생태계의 진화적 경로를 바꾸고 있다. 발트해에서 대구 어획이 금지된 지 6년이 지났지만, 한때 성인 크기까지 자라던 대구는 회복되지 않고 여전히 작은 체형에 머물러 있다.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된 연구는 대구 집단이 유전적으로 더 이상 크게 성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규명했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결과를 ‘남획이 생태계 복원력에 미치는 파급력 분석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동부 발트해 대구의 성장 패턴과 유전자 변이를 1996년부터 2019년까지 추적했다. 대구 내이에 존재하는 이석(ear stone)에 새겨진 성장 고리를 분석한 결과, 최근 개체의 평균 크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현저히 줄었으며, 성장 속도도 눈에 띄게 둔화됐다. 실제 같은 연령대 대구의 평균 길이는 23년 만에 48% 감소했다. 기존에는 남획으로 큰 개체만 잡혀 사라진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이번 유전체 분석은 성장 속도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집단 내에서 빠르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관측과 통계, IT 기반 유전체 해석 기술을 융합해 집단 단위의 진화적 변화를 입증했다. 유전체에서 성장 관련 변이들이 시간에 따라 서로 연동돼 출현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는 외부의 강력한 선택압, 즉 남획 현상에 따른 유전적 적응임을 시사한다. GEOMAR 해양연구센터 한귀영 박사 등 연구진은 “수온 상승 등 환경 요인도 일부 작용했지만, 남획 압력 효과가 더 컸다”고 해설했다. 연구진은 자연 복원과 정책적 어획 금지 조치만으로는 대구 체형의 대형화 복귀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대구의 집단 적응이 단순히 성장 지연이 아닌, DNA 차원에서 ‘작게 자라는’ 쪽으로 굳어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파장은 크다. 이런 현상은 고등어, 연어 등 상업적 어종의 남획에도 적용될 수 있어, 세계 어업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미국, 북유럽 등에서도 유전체 기반 어종 복원 정책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의 어획 제한만으로는 유전적 진화를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정책적 대안 마련과 함께, 정밀 유전자 분석 기반의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획으로 인한 생태계 구조 변화가 유전체 수준에서 고착화되는 만큼, 복원 정책과 생물다양성 보존 전략에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실제 어장 관리 실무와 법제정에 어떻게 반영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술과 생태, 규제와 산업의 균형이 미래 해양자원의 지속가능성 조건이 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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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발트해#geo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