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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계절”…거창에서 만나는 초가을의 느림과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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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계절”…거창에서 만나는 초가을의 느림과 쉼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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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계절을 느끼러’ 길을 나서는 이들이 많다. 한여름의 열기와 장마를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가을,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에서 걷고 머무는 시간이 거창에서는 일상이 되고 있다.

 

경상남도 북서부에 위치한 거창군은 덕유산과 가야산의 든든한 품 안에서 맑은 하늘과 비옥한 들이 어우러진 곳이다. 위천과 황강이 흐르고, 산과 물이 함께하는 풍경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깊어진다. 9월의 거창은 구름이 많고, 일교차에 선선한 바람이 더해진다. 기온은 31.7도로 낮에 더웠다가도 이내 가을 분위기로 바뀐다. 그만큼 걷기 좋은 명소를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거창창포원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거창창포원

대표적인 산책 코스는 거창창포원이다. 남상면에 위치한 이 수변 생태공원은 10만 평의 부지 위에 다양한 수생식물과 계절꽃으로 넘실거린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물가에 부딪힌 바람, 흔들리는 물결, 곳곳을 수놓은 꽃무리와 녹음에 마음이 한결 맑아진다. 벤치에 앉아 너른 연못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남기며 작은 쉼의 시간을 누리는 이들이 많다.

 

가조면의 거창 항노화힐링랜드도 빠질 수 없다. 숲이 짙게 우거진 이곳에서는 웅장한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숲속 공기, 그리고 자연이 건네는 고요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도심에서 내려놓지 못했던 걱정이 숲길을 걷자 조금씩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여행객들은 표현했다. 명상과 산책을 즐기며 건강과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장소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이면 단풍 산책 코스인 수승대도 여전히 사랑받는다. 맑디맑은 위천 아래에 자리한 정자와 계곡, 독특한 기암괴석이 만들어 내는 풍광은 오랜 시간 지역민과 여행자 모두에게 위로로 남았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고요, 자연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도 값지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또 현재 SNS에서 사진 명소로 꼽히는 거창별바람언덕도 가을 인기 코스다. 연수사길을 오르다 만나는 이 언덕 위에서는 끝없이 시원한 바람과 펼쳐진 들녘, 흘러가는 구름을 한눈에 품을 수 있다. 노을이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 아래에서 찍는 사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는 “걷기 좋은 산책 명소와 자연 치유 여행지가 최근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여행가이드는 “거창은 사계절 자연 속에서 머무는 여행지가 돼가고 있다. 힐링, 휴식, 느림의 시간이 여행의 큰 목적이 됐다”고 바라봤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젠 멀리 떠나는 대신 내 곁 가까운 자연에서 쉼을 찾는다”, “잠깐이라도 바람 맞으며 걷는 게 큰 힘이 된다”는 평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이전에는 여행이 ‘관광’이었다면, 지금은 자연과 머물며 ‘쉼’을 찾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

 

작고 사소한 하루 산책이지만, 그 안에서 삶은 다시 차분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지금 이 계절, 거창의 자연은 누구나 잠시 멈추고 천천히 숨 쉬어 보기를 속삭인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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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거창창포원#항노화힐링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