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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갈등 게임 논란”…중국, AI 기반 ‘꽃뱀 시뮬레이터’ 여론 분열
IT/바이오

“성별 갈등 게임 논란”…중국, AI 기반 ‘꽃뱀 시뮬레이터’ 여론 분열

최동현 기자
입력

AI 알고리즘이 탑재된 게임 플랫폼이 성별 갈등을 부추기는 새로운 현상이 중국 게임 산업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중국 게임사 첸팡스튜디오가 2024년 5월 공개한 참여형 게임 ‘꽃뱀 게임’이 출시 직후, 남성·여성 이용자 간 첨예한 논쟁을 야기하면서 젠더 문제와 AI기반 게임 개발의 사회적 책임까지 쟁점화되는 양상이다. 업계는 직접적이고 극단적인 성별 캐릭터 설정이 게임 알고리즘에 반영되면서, 기술 발전이 사회적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예로 평가한다.

 

이 게임은 AI기반 스토리텔링 엔진을 바탕으로 남성 이용자가 ‘꽃뱀’ 여성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고 복수에 나서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다. 여기에 광둥 지역 속어인 ‘라오뉘’를 게임명에 활용, 유혹과 금전 사기를 반복하는 여성 캐릭터를 주요 소재로 삼으면서 논란이 더욱 가중됐다.

AI 알고리즘은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와 결과를 제공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의 획일화·낙인화가 반복적으로 표현된다는 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기존 텍스트 기반 게임에 비해 인공지능이 데이터 학습을 거치며 편향적 서사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게임 출시 이후, 중국 현지 관영 매체와 여성 단체는 ‘여성 혐오’와 ‘성별 대립을 부추긴다’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이용자 리뷰 플랫폼에는 데이터 크롤링 기반 ‘별점 테러’가 연이어 벌어졌다. 게임사 측은 “남성들이 연애 사기에 노출되는 현실을 알리고자 했다”며, 제목을 ‘로맨스 사기 방지 시뮬레이터’로 변경하고 소통 창구를 비활성화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이러한 명칭 변경이 몰아치는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거주 중국 예술가 이쿤은 “꽃뱀이라는 프레임은 일반 여성에게까지 씌워지는 구조적 낙인”이라며, AI 게임이 사회적 편견을 복제·확장할 위험을 제기했다. 한편 일부 남성 이용자는 “연애·결혼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현실적 문제를 게임이 다룬 것”이라고 방어 입장을 표했다. 이처럼 AI·데이터가 내포한 윤리 문제가 산업 경계선에서 여실히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게임 내 성별·사회 이슈 표현이 지속적으로 규제 및 윤리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젠더 편향 AI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과 엄격한 등급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이며, 중국 역시 최근 판호 심사 과정에 차별·혐오요소 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게임 내 AI 알고리즘 투명성·공정성 확보, 데이터 편향 교육 등 실효적 대응 방안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사회를 모사하는 AI 게임의 상용화가 오히려 사회적 갈등 구조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며, 정책·산업계 차원의 윤리 기준 수립 및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의 책임 있는 데이터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이 AI 게임 제작의 규제, 데이터 윤리, 사회적 수용성 모두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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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팡스튜디오#꽃뱀게임#ai알고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