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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0.43%·CPI 둔화”…뉴욕증시, 테슬라·엔비디아 강세 속 숨고르기
경제

“나스닥 0.43%·CPI 둔화”…뉴욕증시, 테슬라·엔비디아 강세 속 숨고르기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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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의 6월 초입은 데이터의 온도와 심리의 온기가 엇갈리는 영역이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깜짝 둔화, 그리고 미중 고위급 무역 합의 소식이 투자 심리에 새로운 희망을 던지는 가운데, 시장은 잠시 숨을 고르며 조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이날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31% 상승한 6,057.25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43% 오른 19,798.97까지 올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0.33% 더해 43,010.19에 이르렀으나, 그 상승 폭에는 신중함이 묻어났다. 여운처럼 이어지는 랠리의 피로, 그리고 단기 조정에 대한 경계가 함께 작동하는 모습이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시장 불안을 반영하는 VIX 지수는 16.43으로 3.07%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한층 가벼워진 분위기를 드러냈다.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2000지수도 0.56%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조금 더 너그러워진 온도를 보여주었다.

 

한국 투자자들이 주요하게 지켜본 미국 상위 종목들의 움직임도 분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월 9일 기준 테슬라, 엔비디아, 아이온큐, 팔란티어 테크,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서학개미’가 중점적으로 보유한 핵심 종목들의 보관금액이 일제히 증가했다. 테슬라는 2.32%나 뛰어 333.64달러, 원화 환산가 45만7,587원에 달했고, 엔비디아는 0.29% 상승해 144.37달러를 기록했다.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팅 전환기 수혜 기대에 7.27% 급등하며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테마는 분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제시한 ‘양자컴퓨팅 전환기’라는 전망과 함께 퀀텀 컴퓨팅 주가는 29%나 치솟았고, 리게티 컴퓨팅 역시 16% 급등해 관련 섹터 전반에 랠리가 번졌다. 보관금액 기준 미국 상위 10개 종목의 총액은 124조5,541억원으로, 불과 하루 만에 2조7,618억원이 늘어났다. 서학개미들의 레버리지 투자도 눈에 띄었다. Direxion Daily TSLA Bull 1.5X Shares,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에서는 각각 4,983억원, 2,395억원 증가폭이 확인됐다.

 

경제지표도 시장의 무게중심을 바꿨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쳤고, 근원 CPI 역시 기대보다 낮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연히 줄어든 신호로 읽혔다. 인플레이션 공포에서 잠시 벗어난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한 줄기 안도감을 얻었다. 관세 문제 역시 단기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은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알렉산드라 윌슨-엘리존도 골드만삭스 글로벌 CIO는 “재고 소화와 수요의 불확실성이 기업들로 하여금 가격 조정을 신중히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격변의 시대, 글로벌 산업질서를 좌우하는 양대 강국도 거래의 새로운 서막을 알렸다. 미국과 중국은 런던 고위급 회담에서 무역합의 기본 틀에 다다랐으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용과 미국의 기술 수출 규제 완화가 주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최종 승인만이 남았다”고 언명해, 양국 경제협력의 물꼬가 텄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희비가 교차하는 주식시장에서는 모든 종목이 환호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게임스탑은 1분기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덜한 비트코인 매입 발표에 4% 하락했고, 선런은 제프리스의 투자의견 하향 조정에 4% 떨어졌다. 이는 미국 연방 예산안에 주택용 태양광이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반영된 결과였다.

 

업종별 기운도 상이했다. 헬스케어가 0.5%, 임의소비재 0.4%, 부동산이 0.3%로 강세를 이룬 반면, 소재와 산업 섹터는 각각 0.8%, 0.7%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는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시장의 신중한 선택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국제 유가는 수요 회복 기대와 맞물려 다시 높아졌다. WTI는 1.86% 올라 배럴당 66.19달러, 브렌트유는 1.53% 올라 67.89달러를 나타냈다. 공급보다 수요의 기대가 유가의 방향키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이, 뉴욕증시는 단기 랠리의 무게와 신호, 잇따라 등장한 데이터와 정책을 섬세하게 저울질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책의 변화, 물가 지표, 글로벌 합의의 속도를 함께 주시하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경제의 파도 앞에 한층 더 섬세한 투자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다가오는 연준 회의와 추가 지표 발표가, 이 서사의 다음 장면을 어떻게 그려줄지 시장은 고요한 관심을 드리우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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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