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례의 인내가 품은 가을”…‘인간극장’ 치매 모녀의 고요한 하루→지워지지 않는 온기
밝은 미소로 하루를 시작하던 군산의 이금례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 서복교와 함께한 식탁 앞에서 한없이 다정한 눈빛을 나눴다. 기타 선율이 잦아들면 딸은 다시 엄마 곁에 남아 노래를 건네고, 지나간 계절처럼 희미해진 어머니의 기억엔 잠시 어린 시절의 빛이 머무는 듯했다. 어느새 고단함에 깊은 숨을 고르는 딸의 얼굴에도, 오래된 애정이 아로새겨졌다.
군산 시민들 사이에서 소문난 효녀 이금례는 무려 17년 동안 어머니 서복교의 기억과 일상, 그리고 삶의 잔상까지 간직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덧칠해 왔다. 무거운 한 끼를 떠넘기지 않으려 가발을 씌우고, 틈나는 대로 기타를 치며 엄마의 숨결 속에 오래전 노래를 불러왔다. 김연자의 ‘기타부기’가 흐르면, 서복교의 손끝에도 옛 감각이 깃돌고, 딸의 미소에는 말없이 전하는 위로가 스민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녀의 평범한 일상은 더욱 특별한 순간으로 남는다.

이금례의 곁에서 늘 함께 버팀목이 돼주던 남편 형원은 집안일과 간병으로 지친 아내에게 작은 카페라는 쉼표를 선물했다. 그토록 염원하던 색소폰 연주에 마음을 실을 때면, 무겁던 근심이 잠시나마 비워진다. 이웃해 사는 딸 민희 또한 할머니를 위해 정성스레 반찬을 챙기며, 가족 모두가 복교의 기억 안부를 묻는다. 모녀가 함께 고향집을 찾는 간절한 소망과 사진 한 장에 담긴 미련은 바스라지는 삶의 순간에도 여전히 찬란하다.
시계를 거스르는 듯 익숙한 동작을 반복하는 이금례. 오늘도 어머니의 빗질을 하며 손톱을 가꾸고, 어느 날 문득 지난 시간 대신 오늘 하루가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 조용히 마음을 다잡는다. 효열상 수상의 영광 뒤에 숨어 있던 타오르는 그리움도, 일상에서 피어난 작은 웃음도 모두 가족의 품에서 더 뜨겁게 기억된다.
이렇듯, 군산의 아파트와 시장 골목, 그리고 소박한 카페 곳곳을 배경 삼아 빚어진 두 사람의 대화와 노래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아릿한 여운을 남긴다. 시간이 쌓여갈수록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모녀의 기록은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매일 아침 7시 50분에 ‘인간극장’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