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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해제 국무회의 건의 묵살·사후 문건까지”…한덕수, 내란 방조혐의 쟁점 부상
정치

“계엄해제 국무회의 건의 묵살·사후 문건까지”…한덕수, 내란 방조혐의 쟁점 부상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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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해제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내란특검팀 사이에서 격화됐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상황에서도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미루며 “기다려보자”고 응수한 사실이 드러나며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내란특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관련 위헌성을 인식하고도 계엄 선포 및 사후 문서 작성에 관여한 행위를 집중 추궁했다.

 

1일 내란특검팀 공소장에 따르면,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2024년 12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의결된 직후 국무회의에서 해제를 논의하자는 건의에 “조금 더 기다려보자”며 대응을 미뤘다. 특검 측은 한 전 총리가 1970년 공직 입문 후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때의 비상계엄 경험이 있는 만큼, 계엄 선포 상황의 위헌적·위법적 측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합법적 외관을 장식하는 데 적극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는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과정에서 정족수 미달 국무위원 참여를 위해 직접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했으며, 비상계엄 문건을 받아 읽은 뒤 곧바로 실행 준비에 착수한 정황이 상세히 기록됐다. 국무위원 정족수 11명이 채워지자마자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계획을 ‘통보’하는 형식으로 절차를 진행했고, 실제 국무회의 심의는 생략됐다. 선포 이후 한 전 총리는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 참석 명분을 위해 서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다수 국무위원의 거부로 서명은 무산됐다.

 

특검팀은 또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16분간 비상계엄 문건을 검토하며 구체 지시 사항을 논의하는 등 세부 실행계획 이행에도 긴밀히 관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언론기관 단전·단수 등 권고에 대해 이견 없이 동조한 점, 국회에서 해제 결의안이 가결된 후에도 신속히 국무회의를 열지 않고 대응을 지연한 점이 범죄사실로 지목됐다.

 

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 이후에는 사후 문서 작성 및 폐기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문의에 따라 한 전 총리가 자신이 보관하던 비상계엄 선포문을 제공했고, 대통령·총리·국방부 장관의 서명란이 포함된 허위 공문서를 추가 작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이 문건이 수사기관에 노출될 우려가 커지자 한 전 총리가 강 전 실장에게 폐기를 요청했고, 최종적으로 문건이 세단기로 파쇄된 점도 특검팀은 중대한 위조 및 증거인멸 시도라고 판단했다.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한 전 총리의 ‘내란 방조’ 혐의와 위법성 인지 여부, 사후 문건 관리 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국가 비상상황 절차의 엄중함을 훼손했다며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을 연이어 내고 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최종적 결정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었다’며 일부 관여는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정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차기 정국에서 내각 권한과 책임 소재, 헌정질서 준수라는 구조적 논쟁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회는 비상계엄 통제 절차와 내각 책임성 강화 방안에 대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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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비상계엄#윤전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