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빛에 물든 여름”…제주에서 만나는 유럽 수국축제의 감성
수국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잎 아래, 누군가는 긴 여정을 마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제주를 걷는다. 예전엔 흔한 동백이나 유채꽃만 찾던 이들 사이에서, 이제 유럽 수국이 새로운 제주여행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이 건네는 싱그러운 풍경 속에서, 취향에 맞는 순간을 선택하는 시대다.
서귀포의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은 지금 유럽 수국축제로 들썩인다. 공원 입구부터 촘촘하게 이어진 수국의 풍경. 온실을 지나 유럽수국오름, 그리고 야외 카페까지 하늘 아래 퍼지는 수국의 색감은 마치 물결 같다. 사진 한 장에도 산뜻한 햇살과 계절의 감각이 담겨, SNS에는 ‘인생샷’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쏟아진다. 축제 포토존은 신혼여행객, 가족, 친구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자들이 저마다의 의미를 새기는 공간이 돼준다.

여기서 축제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꽃구경만이 아니다. 산토끼와 염소, 말, 흑돼지 등 제주 자연의 동물을 만나는 체험이 곁들여진다.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자연을 배우고, 야생화 화단이나 전통놀이 속에서 세대와 취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러다 보니, ‘휴애리 유럽 수국축제’는 감상과 체험이 함께하는 새로운 여름 풍속도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자연 속에서의 일상 리셋’이라 설명한다. 생태교육연구자 김지현은 “꽃과 동물, 오감에 닿는 여러 체험이 코로나 이후 잃어버린 공동체성과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을 둘러보니, 시원한 바람과 꽃향기,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모든 감각이 충만해져 피로한 일상이 잠시 멀어진 듯한 기분이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름,” “이번 가족사진은 꼭 수국밭에서 남기고 싶다”는가 하면 “꽃과 동물, 전통놀이까지 한자리에서 체험하다니 올여름은 이곳으로!”라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꽃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나의 사이,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경험이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어쩌면 ‘여름 수국축제’의 기억은 바쁜 일상 틈바구니에서 다시 내 안의 여유와 설렘을 발견하게 하는 신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