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속으로” 홋카이도 밤하늘 치닫자 등롱과 북소리 퍼졌다→한여름 인연의 고백 멈추지 않았다
여름이 한창 무르익자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일본 북부의 밤거리를 따라 걷는다. 깊어지는 계절만큼 마을마다 노란 벼 이삭이 내리고 등불이 켜진다. 모두가 한 해의 수확과 평안을 바라는 마음으로 흙길을 밟는다. 축제의 시간은 지나가는 이방인도, 오래 머문 마을 사람도 기꺼이 맞이한다. 가슴속에 깃든 고단함마저 북소리와 등롱의 물결에 녹아내려, 모두를 화합의 세계로 밀어넣는다.
아키타시의 300년 전통 간토 축제가 첫 막을 연다. 주황빛 등롱을 단 거대한 제등, 간토가 어깨와 손바닥, 이마에 오르자 묘기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마지막 등불을 올릴 때면, 이방인과 주민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리에 하나처럼 모인다. 기원과 소망이 북소리에 녹아들고, 행진이 이어지며 축제는 밤을 더 깊게 파고든다. 마을 골목에서는 산사오도리 축제가 열리며 미스 산사오도리 다섯 명이 앞줄에 선다. 3만 시민의 북춤 행렬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로 거리를 가득 메운다. 구불구불한 골목마다 환희는 자연스레 번지고, 북의 울림이 낮은 벽을 넘어온다.

축제는 길 위에 맛있는 기억도 더한다. 이치노세키 겐비케이 협곡에선 강 건너 단고가 날아와 관객의 손에 안긴다. 작은 그릇에 담긴 완코소바 100그릇 먹기 도전이 펼쳐지고, 참가자들은 작고 깊은 한입에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긴다.
밤이 더해가자 오가반도에는 산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마하게 퍼포먼스는 마을 골목을 돌며, 가족의 무탈한 한 해를 기원한다. 나마하게의 눈빛은 새해에 대한 간절함과 내일에 대한 기대로 번진다. 노시로 칠석제에서는 무게 28톤, 높이 24미터를 자랑하는 등롱 수레가 성처럼 거리를 수놓는다. 30여 명이 힘을 모아 거대 등롱을 움직이면, 환영의 불빛과 함성이 골목마다 교차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제작진은 한여름 밤, 길 위에서 잠시 머문 이방인이 어느새 동네사람으로 변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 안에 삶의 따스함이 비치고, 고요한 게이비케이 협곡에서는 뱃놀이가 이어진다. ‘와서 보고, 매료돼 춤추라’는 슬로건처럼, 축제 길목마다 새 인연의 울림과 잔상이 남는다. 일본 북부의 여름축제와 그것을 지탱하는 수많은 이야기는 이번 편에 따스하게 담겼다.
여름이 남긴 축제의 여운은, 아직 꺼지지 않은 등불처럼 모든 수확과 만남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한여름 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9월 6일 오전 9시 40분 KBS1을 통해 시청자를 축제의 현장으로 이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