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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1.5% 하락”…OPEC+ 증산 불안과 미국 관세 혼돈→국제유가 흔들
경제

“WTI 1.5% 하락”…OPEC+ 증산 불안과 미국 관세 혼돈→국제유가 흔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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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시장은 다층적 불확실성 속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9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배럴당 60.94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1.46% 내렸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7월물 역시 배럴당 64.15달러로 1.16% 하락해, 시장 전반의 심리를 투영했다. 이날의 하락은 OPEC+ 증산 가능성과 미국 관세 정책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 위에서 출렁였다.

 

무엇보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이목은 오는 3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 회의에 집중돼 있다. 자발적 감산을 시행했던 8개국이 그 물량을 다시 공급하기로 결정한다면, 하루 기준 41만1천배럴의 원유가 추가로 세계 시장을 채우게 된다. ING 보고서는 이번 회의를 시장 점유율 방어의 신호탄으로 해석했으며, 3분기 말까지 유사 수준의 추가 증산이 이어질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만큼 글로벌 공급 확대에 대한 우려는 유가 하방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유전 모습 /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유전 모습 / 연합뉴스

여기에 미국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시장을 혼돈으로 이끌었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주요국에 부과한 관세를 대통령 권한을 넘은 조치로 일축하고 무효를 판결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금융 시장의 관세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시티인덱스의 맷 심슨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잠시 숨 고르기에 나설 수 있으나,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불안은 여전히 시장 곳곳에서 만연하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5월 23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 원유 재고가 279만5천배럴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60만배럴 증가와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계절적 연료 수요가 임박한 상황에서 공급 부족 우려를 키웠다. 휘발유 재고 또한 전주의 증가세를 꺾으며 244만1천배럴이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고 감소는 유가 하락 폭을 제한하는 힘으로 작용했지만, 근본적인 변동성은 완전히 잠재우지 못했다.

 

유가를 억누르는 압력과 동시에 받쳐주는 기대가 맞물리며 에너지 시장의 풍경도 다채롭다. 5월 31일로 예정된 OPEC+ 회의 결과와 미국 관세 정책의 향방이 확정되는 그 순간, 국제유가는 또 한 번 방향을 틀 수 있다. 기업의 위험관리, 소비자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 투자자의 대응전략 모두 새로운 변곡점을 예고한다. 변화하는 원유시장의 파동에서, 우리는 숫자의 진폭 너머로 삶의 궤적을 다시 그려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발표될 각국 에너지 정책, 그리고 단기적인 수급 상황 변화가 향후 에너지 시장 변동성의 짙은 그림자를 재차 더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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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국제유가#미국관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