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외주식 역대급 매수”…한국 개인 투자자, 원화 약세 심화 우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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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6일, 한국(Korea)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수가 5조 원을 돌파하는 기록이 나왔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공격적인 해외 주식 투자로 달러 환전 수요가 급증하며,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 선에 근접했다. 투자와 환율이 맞물리면서, 한국 금융시장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1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해외 주식 규모는 36억3천만 달러(약 5조3천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USA) 주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전체 순매수액의 절대 다수가 미국 증시에서 발생했다. 메타와 엔비디아 등 대표적인 기술주가 매수 상위 종목이었다.

‘서학개미’ 해외주식 5조 원 순매수…환전 수요에 환율 1,500원 근접
‘서학개미’ 해외주식 5조 원 순매수…환전 수요에 환율 1,500원 근접

한국 개인의 해외 투자 확산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초부터 9월까지 누적 순매수 규모는 718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환율이 크게 오르는 국면에서 오히려 매수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투자자들이 저금리와 국내 증시 변동성에 대응해 구조적으로 해외 분산 투자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대규모 순매도해,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양상도 뚜렷하다.

 

이처럼 한국 내 달러 수요와 외국인의 원화 매도가 중첩되면서, 환율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움직임이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에 크게 좌우됐다”고 분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해외주식 투자와 환율 상승이 서로 영향을 주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달러 매수세가 환율의 야간 변동성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도 ‘한국 투자자들의 새로운 국제 자본 흐름’에 주목하며, 아시아 신흥국 환율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글로벌 쏠림’이 달러화 강세와도 연동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추가 매수,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 등 이중 자본 흐름이 계속된다면 원/달러 환율과 증시의 변동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시장은 글로벌 투자 트렌드와 밀접하게 결합됐으며, 앞으로 외환시장 안정성 관리가 한층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향후 변동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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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인투자자#해외주식#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