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암신약 임상 데이터 공개”…한미약품 등, 글로벌 무대서 혁신 경쟁 예고
항암 신약 후보군과 첨단 치료 기술이 글로벌 암 학회에서 잇따라 조명받는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한 차세대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 플랫폼이 올해 9월부터 열리는 세계 주요 종양 학술대회에서 임상 데이터와 연구성과를 대거 공개한다. 업계는 이번 시즌을 국산 혁신 항암제 경쟁의 분기점으로 전망하며, K바이오 기술의 글로벌 입지 확대에 기대감을 모은다.
한미약품은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EZH1·2 이중저해제(HM97662)의 글로벌 임상 1상 결과를 최초로 발표한다. 이어 국제 암 학술회의(EORTC-NCI-AACR)에서 다수 신항암 후보 물질을 소개하고, 면역항암학회(SITC)와 세계종양면역치료학회(ESMO-IO)에서도 랩스 IL-2 아날로그(HM16390), 차세대 면역항암제(BH3120) 관련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러한 중점 파이프라인은 표적 저해제와 면역조절 플랫폼을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 글로벌 신약 개발의 혁신성과 차별성에 주목받고 있다.

리가켐바이오 등 국내 AAC(항체약물합성체) 개발 기업들은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특정 암 표적에만 결합하는 신약 후보물질(LCB58A)과 HER2 표적 ADC(LBC14)의 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리가켐의 독자적 링커·콘쥬올 플랫폼 기술은 항체의 암세포 선택적 결합력과 약물방출 정확도를 높여 기존 ADC 대비 효능 및 안전성 강화가 기대된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리가켐이 공동 개발, 중국 시스톤에 기술이전한 ROR1 타깃 ADC 신약(ABL202)도 임상 1상 중간성과를 통해 글로벌 면역항암제 경쟁 무대에 교두보를 확보한다. 유한양행 파트너 J&J의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 3상 임상 역시 세계폐암학회 첫 발표 대상으로 지목된다. 이밖에 지아이이노베이션, 앱티스, 에스티큐브 등도 각종 혁신 신약 후보의 임상, 전임상 데이터를 포스터·기업 발표, 부스 전시 등 방식으로 공개하며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기관, 투자자들과 긴밀한 교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에 선보이는 ADC(항체약물접합체), 이중저해제, 면역조절 플랫폼 등 차세대 항암 기술은 기존 화학항암제 대비 표적특이성과 부작용 저감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예를 들어 리가켐바이오의 LCB58A는 혈중 가용성 CEACAM5 대신 암세포 특이적 표적에만 결합해 정상 조직 손상 우려를 낮춘다. 에이비엘바이오의 ROR1 타깃 ADC 역시 종양 특이적 활성화 및 세포 침투 기술을 적용, 적응증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유럽 빅파마와 바이오테크 간 차세대 항암제 파이프라인 경쟁이 치열하다. 미 머크·암젠·로슈,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ADC 및 면역항암제를 신규 표적으로 다각화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 연구성과가 이들과의 협력 및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으로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임상 진입·확장 과정에서 각국 식약처, FDA 등 규제 기준에 맞춘 데이터 확보와 국제학회, 바이오 유럽 등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를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혁신 항암 신약의 학회 발표가 실제 글로벌 시장 진입, 기술이전 협상으로 이어질지를 관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