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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모래시계 실존 충격”…정덕진 광기의 그림자→시대 권력의 민낯이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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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모래시계 실존 충격”…정덕진 광기의 그림자→시대 권력의 민낯이 덮쳤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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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현실의 간극, 그 문턱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1993년을 다시 불러낸다. 익숙한 박태수의 환영, 그리고 실제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이라는 존재. 장도연, 장성규, 장현성이 풀어낸 진실은 겨울의 허공에 오래 맴돌았다. 한때 고아라 불리던 소년이 청량리 오락실에서 시작해, 호텔과 슬롯머신 업계를 평정한 거물이 되기까지의 길. 성공이라는 화려한 서사 이면, 그가 드러낸 정관계 유착의 맨 얼굴과 조직폭력과 손잡은 사업 확장 과정은 한국 현대사의 그늘을 선명히 드러냈다.

 

장도연은 “정덕진이라는 사람을 보면서 참 복잡한 감정이 든다”며, 단순히 악인이나 영웅이 아닌 시대의 괴물에 가까운 입체적 인간상을 비췄다. 반면 장성규는 “이건 한 사람의 범죄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문제였다”며 정치·조직폭력·자본이 촘촘히 얽혀간 구조적 모순을 파고들었다. 장현성은 박태수와 정덕진의 현실적 차이, 즉 픽션이 현실의 기억을 덮고 때로는 역사를 정의하는 힘을 지적했다. 그들의 시선은 선악 이분법 너머, 인간과 사회의 구조까지 끝없이 확장된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그해 겨울, 모래시계의 전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그해 겨울, 모래시계의 전설

슬롯머신 사업의 팽창 뒤에서는 폭력배와 정관계 인사가 노골적으로 거래를 이어갔다. 정덕진은 오락실을 인수하고, 일부러 승률을 조작해 자본주의 논리를 가장 무자비하게 악용했다. 이에 대해 출연자들은 “드라마와 너무 다른 실존의 어두움”을 언급하며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과 그 괴물에게 매혹당한 사회, 그 이면의 복합적 감정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1993년 김영삼 정부의 대대적 사정 작업에서 박철언 의원, 엄삼탁 전 안기부 기조실장 등 정관계 인사가 연달아 구속됐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권력 지형을 흔들었고, 정덕진은 거액의 조세포탈과 해외 재산 도피, 그리고 조직폭력과의 유착 등으로 구속됐다. 여기에 홍준표의 ‘실존 모델’ 논란과 송지나 작가의 반박까지 엮이며, 드라마와 현실이 교차하는 아이러니는 더욱 도드라졌다.

 

무엇보다 강렬했던 것은 허구의 박태수와 현실의 정덕진, 그리고 우리 사회가 기억을 선택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었다. 출연자들은 허구의 힘이 실제 사건의 실체를 덮기도 하고, 오히려 더 깊은 진실에 다가가도록 만들기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정덕진은 로맨틱한 의리도, 대의도 없는 인물이었으나, 그의 궤적을 드라마는 자신만의 서사로 각색했다. 그 간극은 때로 현실보다 더 짙은 교훈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출연자들은 ‘그 시대를 욕하거나 단죄하기보다, 선택의 결과를 되짚으며 지금의 우리를 성찰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이야기를 맺는다. 꼬꼬무가 다시 들춰낸 1993년의 진실은 단지 옛이야기가 아닌,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새로운 질문으로 남았다.

 

1990년대 한국사회의 권력, 부, 폭력의 얽힘과 그 이면의 인간적 고뇌가 깊이 그려진 이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를 통해 방송된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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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정덕진#모래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