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골절 투혼”…정지윤, 대표팀 합류→코트 밖 리더십 기대
여자배구대표팀의 장도에 오르는 순간, 정지윤의 표정에는 다부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정강이 피로골절이라는 아픔을 안고도, 함께하는 의미와 책임감이 그녀의 발길을 리우데자네이루로 이끌었다. 당장은 코트 위에서 뛸 수 없지만, 동료들과의 훈련장에 머무는 정지윤의 존재감은 그 어떤 공격 포인트보다 크게 빛났다.
2024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부 1주 차 일정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하며,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여정이 시작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브라질행 비행기에 오른 대표팀 명단에는 현대건설의 정지윤도 명확히 이름을 올렸다.

정지윤은 최근 대표팀 내 세대교체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강소휘와 함께 아웃사이드 히터진을 이끌며, 공수 양면에서 높은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시즌 종료 직후 왼쪽 정강이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고, 긴 재활의 시간을 거쳤다. 팬들이 기다렸던 세계 여자올스타팀과의 경기에서도 결장하며, 회복 과정을 이어가야 했다.
정지윤 본인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모랄레스 감독 요청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며 내외의 기대에 답했다. 진천선수촌에서 때로는 재활에 몰두했고, 때로는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최근 본인의 말처럼 “뼈가 많이 채워졌지만 아직 금이 가 있다”는 판단 아래, 당장 경기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공존한다.
이에 대해 모랄레스 감독은 “1주 차 경기에 투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정지윤의 경험과 리더십은 젊어진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실제로 정지윤은 리시브 훈련을 꾸준히 소화하며, 조기 복귀보다는 동료 지원과 사기 진작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표팀 내에서 익숙한 목소리로 조언과 격려를 전하던 모습은 벤치의 또 다른 전술 무기가 되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의 현재 숙제는 VNL에서 하위권 탈출이다. 분주한 훈련 속에서 정지윤은 “경기에 뛰지 못해도 책임감을 갖고 팀을 위해 모든 역할을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 역시 새 얼굴과 기존 전력의 조화로 그룹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이 한창이며, 베테랑의 무게감은 후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여자배구대표팀은 다음 달 5일 독일전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체코, 미국 등 강호들과 차례로 격돌한다. 코트 밖에서 빛나는 정지윤의 태도는 팀 내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언제 다시 그녀가 코트 위 투혼을 펼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
하루를 견디는 선수의 땀, 회복을 향한 조용한 다짐, 그리고 벤치에서 피어나는 희망. 2024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여자부 첫 주 경기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펼쳐지며,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