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벗을 용기 없었다 깊이 후회”…여인형, 증인신문 포기·책임 통감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법정에서 진솔한 심경을 밝혔다. 8일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는 여 전 사령관이 증인신문 포기 의사를 밝히며,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부하들을 출동시킨 것을 깊이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여 전 사령관은 “국민과 재판부 뜻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며, 자신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더 이상의 증인신문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측 증인신문 절차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며 재판부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과거를 돌아본 여 전 사령관은 “당시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단호하게 군복을 벗었어야 했다. 그 지휘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지금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엄 선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직업 군인으로서 옷을 벗겠다고 결단하기는 역부족이었다”며 진퇴양난의 심경도 전했다.

이어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크게 후회한다. 저의 행동이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가 계엄에 사전 동조하거나 준비한 바 없다는 저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재차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여 전 사령관의 발언을 두고 회한과 반성, 그리고 군 통수권 구조의 문제점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한편 국방과 사법 분야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을 계기로 군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 법적 책임 소재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여 전 사령관의 발언이 향후 재판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판부는 앞으로 내란 사건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추가 심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