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월 CPI 2.4% 상승”…관세 영향 미미, 연준 금리인하 기대로 월가 출렁→향후 물가경로에 시선 집중
뉴욕의 시내에는 한여름 이슬비가 창문에 소슬히 내려앉는 가운데, 뉴욕 증권거래소 앞을 지난 트레이더들의 심경은 6월의 평온함과는 달리 미묘하게 뒤척였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즉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오른 것으로 밝혀진 11일 밤, 월스트리트의 계산기는 다시금 예측과 기대 사이에서 바삐 돌아갔다. 세상의 틈새마다 촘촘히 스며든 불확실성은 이 숫자 위에 고요한 무늬를 그리며, 투자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의사결정에서 어느 방향으로 닻을 올릴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상승률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수치에 묘하게 들어맞았다. 전월치 2.3%보다 오름폭이 약간 늘었으나, 다우존스가 집계한 컨센서스에는 한 치의 오차조차 없었다. 근원 CPI, 즉 유동성 높은 에너지와 식품을 걷어낸 지수는 2.8% 상승을 그쳐 4월과 동일한 보폭을 유지했다. 월간 상승률은 대표지수와 근원지수 모두 0.1%에 머물러, 시장이 우려했던 대로 5월의 관세 인상 효과는 소비자 물가에 깊이까지 파고들지 못했다.

봄바람 가득한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세계 무역의 물줄기에 굵은 선을 그었다. 주요 무역국들을 겨냥한 국가별 상호관세가 선포됐고, 10% 기본 관세가 순차적으로 적용됐다. 뒤이어 미중 양국의 협상 끝에 일부 관세 인하가 합의된 것은 5월 12일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말한다. 파장은 느릿하게 찾아오고, 관세라는 조짐은 한 달 간격의 지연으로, 6월 이후 더 뚜렷한 물가 오름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경고의 깃발을 올렸다. 생산비 부담은 언젠가 소매 가격이라는 언덕 너머 소비자에게 닿게 마련이라고 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사무엘 톰스 이코노미스트는 “5월에는 일부 상품군에서 그 조짐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서비스 업종 역시 수요 안정을 염두에 두고 가격 인상 억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해설이다.
연방준비제도는 잠시 발을 멈추었다. 기준금리를 4.25~4.50% 범위에 고정하며, 경제전망과 물가 방향을 더 지켜볼 여유를 선언했다. 6월 경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3개월 이내 가격 인상을 계획하는 기업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 통계에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도 81%로, 전날보다 다소 누그러졌다.
국제사회는 조용한 긴장 속에서 미국 금리 행보와 미중 무역협상의 숨고르기를 지켜보고 있다. 6월 FOMC 회의와 향후 하반기의 경제지표는, 세계 경제 흐름 역시 미국의 작은 변화 한 점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관세와 물가, 그리고 중앙은행의 저울질은 오늘도 뉴욕의 불빛 아래서 미묘한 파동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