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지명 운명 바뀐다”…김은지, 삼척행→우이밍 평택 유니폼 입었다
익숙한 유니폼을 벗고 흰 바둑판 앞에 다시 선 김은지의 표정에는 묘한 기대와 책임감이 어렸다.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선수 선발식에서 전체 1순위로 호명된 순간, 무대에는 팽팽한 긴장과 박수가 교차했다. 신생팀 삼척에 지명되며 다시 출발선에 선 그녀의 각오가 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김은지는 최근 3시즌 동안 여수세계섬박람회 소속으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왔다. 특히 2023시즌에서는 13전 전승이라는 대기록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이력이 있다. 보호 연한 만료 후 원팀에서 이적 가능성이 불거졌고, 삼척의 첫 번째 선택지에 이름이 오르며 또 한 번 명실상부한 1순위임을 입증했다.

이날 선발식에서는 삼척이 김은지, 영천 명품와인이 허서현,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정유진을 1지명으로 낙점했다. 오유진, 김채영, 나카무라 스미레 등 상위권 랭커들은 기존 소속팀에 잔류하며 판도 변화가 제한됐다. 여자랭킹 1위 최정은 이번 시즌에도 불참을 선언해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들의 새로운 얼굴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우이밍이 평택 브레인시티산단에 첫 합류 소식을 알렸고, 리허, 뉴에이코, 양쯔쉔 등 각국 신예 기사들도 새 팀에 합류했다. 다양한 국적과 스타일의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으면서 여자바둑리그의 국제적 색채가 한층 짙어졌다.
2025시즌에는 OK만세보령, 서울 부광약품, 부안 붉은노을, H2 DREAM 삼척, 여수세계섬박람회, 포항 포스코퓨처엠,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평택 브레인시티산단, 영천 명품와인 등 9개 팀이 경쟁에 나선다. 오는 7월 10일 서울 부광약품과 부안 붉은노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이 펼쳐진다.
정규리그는 18라운드 더블리그, 총 216국의 대국으로 채워진다. 상위 5개 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우승 상금 6천만원, 준우승 4천만원이 걸려 있다. 정규리그 각 경기의 승자에게는 130만원이, 패자에게도 4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대국 방식은 1국 40분, 2·3국 각각 10분 제한시간에 추가 20초가 주어진다.
정규리그 전 경기는 바둑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주 목, 금, 토, 일 오후 7시 30분 생중계된다. 바둑 애호가들은 다시 한번 매 라운드마다 치열한 승부와 이변을 지켜보게 됐다.
한편, 김은지는 “새로운 팀에서 뛰게 돼 설렌다. 초심으로 돌아가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긴장과 기대가 엇갈리는 무대, 그리고 각자의 서사가 어울린 바둑리그의 여름은 이내 다가온다. 여백 많은 바둑판 위로 선수들의 꿈과 응원이 겹쳐질 2025 여자바둑리그는 7월 10일 첫 포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