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자살예측 본격화”…한국, 정신건강 예산 확대 촉구
AI·빅데이터 기술이 자살 위험 조기 예측과 예방 분야에서 핵심 도구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년 이상 자살률 1위를 유지한 현실에서, 국가적 수준의 정신건강 예산 확대와 AI 솔루션 활용이 절실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쏟아지고 있다. IT와 바이오 기술이 접목된 이번 전략은 정신질환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한편, 국내 복지 예산 정책과 디지털 의료의 융합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주목받는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2025 정신건강 국회 세미나'에서 나종호 예일대 의대 교수는 "자살을 국가 책임으로 재정의하고, 사회적·생물학적·정신의료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예방·회복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노르웨이 ‘제로 수어사이드 비전(Zero suicide vision)’과 일본의 ‘자살대책기본법’ 등 글로벌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 예산과 지자체별 맞춤형 정신건강 서비스가 자살률 감소에 직접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은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 도입과 함께 2017년까지 연간 자살자 수를 3만4000명에서 2만1302명으로, 약 37% 감축했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지역기반 협력체계 구축, 청년·중년 특화 정신의료 접근성 강화 등이 핵심 대응책으로 꼽혔다.

AI 기반 기술의 현장 적용 역시 새 정책 프레임으로 떠올랐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국회의원들은 빅데이터·챗봇·음성·표정분석 등 AI 진단·상담 도구 도입을 제안했다. 이들 기술은 이용자 음성 패턴이나 감정 변화, 비정상적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맞춤형 개입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기존 수기 조사와 비교해 예측 속도·정밀성이 크게 향상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챗봇 상담은 24시간 대화 지원과 위험 신호 감지 기능으로, 접근성이 낮았던 집단에 돌봄 패러다임을 확장한다.
일본 사례에 비춰볼 때 국가 예산 규모 역시 성패를 가른다. 2021년 기준 일본의 자살대책 예산은 약 8300억 원, 한국은 450억 원에 그쳤다. 국가 전체 보건예산 중 정신건강 예산 비중 역시 한국은 1.7%로, 일본(5%) 대비 크게 낮다. 전문가들은 예산 확충 없이는 IT·AI 인프라 구축 및 실질적 예방정책 실행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사회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 추계 결과, 자살이나 시도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연간 5조 3895억 원에 달한다.
글로벌 주요 국가는 AI 기반 정신건강 관리, 조기 스크리닝, 데이터 연계형 상담 플랫폼을 중점 육성 중이다. 미국·유럽에서는 AI 리스크 예측 솔루션과 원격케어 결합, 적절한 규제 프레임 도입을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AI 기반 위험진단 인증 절차, 데이터 품질 및 신뢰성 보장 정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기술적 진보와 윤리·제도의 균형이 조속히 자리 잡지 않으면 실효성 확보가 어렵다”는 경고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향후 AI가 정신의료 행정의 자동화, 개인별 맞춤형 개입, 국가 단위 빅데이터 분석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술 발달과 함께 공공·민간·의료계의 협력과 예산 지원 확대가 병행될 때, 자살 예방의 실질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정책 논의가 실제 AI 기반 자살 예방 생태계 구축의 분수령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