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많음, 숲은 더 짙게”…인제에서 만난 여름의 힐링
요즘은 숲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예전엔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깊은 산과 계곡이, 지금은 일상에 지친 마음이 잠시 머물러 쉬는 휴식처가 돼준다. 구름이 많은 여름날, 강원 인제군의 숲과 계곡은 그런 새로운 여행의 풍경을 선물한다.
인제군의 대표 명소인 속삭이는자작나무숲은 곧게 뻗은 하얀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숲길을 걷다 보면, 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부드럽게 쏟아져 몽환적인 풍경을 만든다. 바람이 흔드는 잎사귀 소리는 도심에서 듣지 못한 고요함을 들려주고, 여행자들은 그 고요 같은 평온을 오래도록 새긴다. 자연광을 담는 사진가부터 소박한 산책객까지 각자의 시간을 숲에 맡기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곰배령은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하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길을 오르면 탁 트인 경관이 나온다. 사전 예약제로 입산 인원을 제한하는 만큼, 자연은 상처 없이 생생하게 남는다. 여름의 곰배령은 다채로운 식물과 깊은 숲향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주변의 아침가리계곡은 인가가 거의 없어 조용하다. 투명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땀이 식으면서 세상 근심도 조금은 흘러가는 듯하다. 계곡 물길을 따라 걷는 이들은 “이런 풍경은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다”는 소감을 자주 전한다.
숲과 계곡을 지나면 필례 게르마늄 온천이 있다. 깊은 산속에 자리해, 자연과 온천이 함께 주는 포근함이 남다르다. 혈액순환이나 피부 미용에 좋은 물로 알려졌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몸과 마음이 함께 쉬는 ‘쉼’의 경험이다. 매바위인공폭포에서는 산림 속 웅장한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떨어지는 물소리는 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게 만든다. 여행자마다 인증사진을 남기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는 여행에 대한 우리 기대를 조금씩 바꿔놓는다. 전문가들은 “자연 속에서 오롯이 쉬고자 하는 심리는 코로나 이후 더 또렷해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SNS와 여행 커뮤니티에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숲을 걷는 시간”, “계곡물에 발 담그며 혼자만의 감정을 정리하는 순간”을 공유한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인제의 숲을 한 번 걸어보니, 차분히 생각이 정리된다”, “서울의 더위에서 벗어나 잠깐 다른 사람이 된 기분”과 같은 후기가 많다. 누구나 오롯이 숨 쉴 수 있는 자연, 그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시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숲과 계곡이 주는 여유는, 오늘의 나를 천천히 돌아보는 조용한 근거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