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이 도시에 말을 건다”…대전ART마임페스티벌이 불러온 감각의 각성
요즘 대전의 원도심을 걷다 보면, 갑자기 시간을 잊은 듯한 침묵 속 감동이 찾아온다. 한때는 생소했던 마임예술이 이제는 도시의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대전ART마임페스티벌’이 9월의 도시에 새로운 온기를 불러넣고 있다.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대전 중구 옛 충남도청사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다시, 몸!’이라는 주제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몸의 언어를 재발견하는 자리다.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와 창작컴퍼니 미메시스가 함께 만드는 이 행사는, 17년째 이어온 지역 예술축제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세련된 실험정신을 더해 눈길을 끈다. 특히 19일 저녁 ‘마임대전’ 무대에는 실험적 마임, 창작 퍼포먼스, 그리고 음악과 시각예술이 어우러져 몸짓의 다층적인 의미를 전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대전문화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역 예술축제를 찾는 20~40대 관람객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무언의 예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마임 역시 ‘관심의 예술’에서 ‘참여의 일상’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페스티벌 현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숨죽인 동작 하나에 울컥할 때가 있다”며, “마치 내 안의 오래된 침묵이 누군가에게 닿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 역시 “마임의 본질은 언어 너머의 소통에 있다”며, “몸과 감각을 통한 예술적 만남이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와 해방감을 준다”고 해석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거리의 마임이 이렇게 사람과 도시를 연결하는 줄 몰랐다”, “이젠 축제에 가면 자연스럽게 몸짓 공연을 찾게 된다”는 시민들의 소감에서 마임이 생성하는 감정의 여운이 느껴진다. 그만큼 페스티벌은 다소 무겁던 일상을, 잠시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대전ART마임페스티벌이 선사하는 이 ‘생경한 침묵’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다. 몸짓과 시선이 교차하는 이 축제의 공간은, 각자 품고 있던 질문과 감정을 조용히 꺼내 볼 수 있는 가장 사적인 시간에 가깝다. 작고 사소한 예술적 만남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