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버그 7⅓이닝 무실점 역투”…키움, 두산전 1-0→10연패 탈출
잔뜩 얼어붙었던 경기장 분위기 속에 비친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의 눈빛에는 절박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 어떤 순간도 허투루 넘길 수 없던 이날, 10연패의 그림자를 떨치겠다는 간절함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선수들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 단 한번의 홈런, 그리고 견고한 마운드가 오래 묵은 좌절을 희망으로 바꿔놓았다.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가 5월 31일 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키움 히어로즈는 리그 최하위의 무거운 압박을 안은 채, 1회말 최주환의 솔로 홈런 한 방에 힘을 실었다. 두산 선발 잭 로그의 3구째를 통쾌하게 공략한 이 한 점이 양 팀 9이닝의 운명을 갈랐다. 이후 두산의 끈질긴 추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키움 마운드가 단단한 방패가 됐다.
선발 케니 로젠버그는 초반부터 두산 타선을 압도하며, 4회 1사 전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다. 5회 임종성에게 허용한 첫 안타에도 흔들림 없이, 8회 1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성적표를 만들었다. 7⅓이닝 101구의 집념이 시즌 3승째로 이어졌다.
8회초, 두산은 임종성의 볼넷과 더불어 홍원기 감독의 판정 항의 등 위기 상황을 연출했다. 두 팀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마운드는 바뀌었고, 주승우가 등판해 만루 상황에서 양의지 타자를 2루 땅볼로 막아냈다. 임기응변과 침착함이 만들어낸 위기 탈출이었다.
경기 후반 원종현은 9회초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복판을 지켰다. 선두 김재환에게 좌익선상 안타를 내줬으나, 김준상에게 희생 번트를 허용하면서도 남은 아웃카운트는 흔들림 없이 처리했다. 장기 연패의 늪 속에서 다시 한번 마운드의 집중력이 진가를 증명했다.
키움은 한 달간 4승 1무 22패의 기록으로 팀 자체 및 KBO리그 월간 최다패 불명예를 안았으나, 이날 두산전 승리로 10연패의 사슬을 잘라냈다. 고비마다 올린 팬들의 박수와, SNS에 쏟아진 응원 메시지들은 마운드와 벤치를 위로했다.
홍원기 감독은 경기 후 “모든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아줬고, 오랜만에 부담과 연패의 고리를 벗어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팬들은 “로젠버그의 투혼과 주승우의 뒷심에 경의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는 글로 감동을 더했다.
순위는 바뀌지 않았으나 한 경기로 시즌 전체의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롯데와 SSG, 그리고 6월을 앞두고 남은 경기들이 또 다른 반전의 서막이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반등을 향한 첫 신호는 고척스카이돔의 조명 아래서 조용히 울렸다. 키움 히어로즈는 오는 6월 2일 같은 장소에서 SSG 랜더스와 3연전 첫 경기를 시작한다. 새로운 희망과 함께 그라운드를 걷는 선수단의 움직임은, 다시 꾸는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묵묵히 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