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 주파수 빗 간섭계로 0.34나노 정밀도”…표준硏, 차세대 길이표준 제시
광 주파수 빗 간섭계를 적용한 길이 측정시스템이 세계 측정표준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개발한 이번 시스템은 양자물리학이 허용하는 한계에 근접한 0.34나노미터(㎚) 정밀도를 구현하며, 기존 길이측정기술의 한계를 넘어선 기술로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차세대 반도체, 양자기술, 정밀 제조 등 ‘나노 단위 경쟁’의 변곡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KRISS 길이형상측정그룹은 2024년 6월 양자물리학적 한계치에 접근한 절대길이 측정시스템을 발표했다. 기존 국제 측정표준기관들이 운용하는 단파장 레이저 간섭계는 1~10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를 지녔지만 측정 가능 거리가 제한적이었다. 절대길이 측정장치는 더 긴 거리 측정이 용이하나, 정밀도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떨어져 첨단 산업 현장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KRISS 연구진은 이번에 ‘광 주파수 빗(Optical Frequency Comb)’ 기반 간섭계를 절대길이 측정시스템에 적용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광 주파수 빗은 피아노 건반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주파수가 배열된 수천 개의 빛의 다발로, 넓은 파장 범위를 가지면서도 파장이 매끄럽게 정돈돼 있다. 덕분에 기존 간섭계보다 훨씬 긴 거리도 한번에, 그리고 0.34나노미터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측정 속도 또한 25마이크로초(100만 분의 1초)로 크게 향상돼, 현장 및 야외 환경에서 신속하고 간편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의 좁은 스펙트럼(파장 영역) 한계로 인해 반복 측정이 필요했던 방식과 달리, 넓은 파장으로 단번에 장거리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산업현장 실효성을 높인다. AI반도체, 양자컴퓨터, 초정밀 공정 등 첨단 산업의 미세 제어와 품질관리에 필수 인프라로 부상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는 미국 NIST, 독일 PTB 등 주요 표준기관 역시 광 주파수 빗 기반 측정기술 개발을 늘리고 있지만, 이번 KRISS의 0.34나노미터 정밀도 기술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된 시스템은 국내외 표준기기 중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아, 차세대 길이측정표준기로 등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책·규제 관점에서는 향후 국제 표준 등재와 인증 절차, 측정 불확도 평가 등 후속 연구가 계속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나노미터 단위의 거리 제어는 국가 첨단과학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는 시점이 ‘길이측정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KRISS의 길이측정 혁신이 실제로 반도체, 바이오, 소재 등 다양한 첨단 시장에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의 경계에서 측정표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