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문턱 낮춘다”…한국·미국, 신약 품목심사 혁신 가속
신약 승인 제도 혁신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을 새롭게 짜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FDA, 중국 등 규제 당국이 의약품 품목허가 프로세스 전반의 심사 기간 단축에 나서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상용화 전략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규제 환경 개편이 ‘개발과 상용화 전주기의 속도전’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허가 심사체계를 강화해, 신약·바이오의약품을 비롯해 제네릭, 방사성의약품 등 총 9가지 영역을 엄격히 규정한 뒤 안전성·유효성·품질 자료의 사전 심사를 필수화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및 첨단치료제의 경우, 제조공정의 일부만 변동돼도 전체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 심사에 집중한다. 특히, 중증·비가역성 질환 치료제는 신속심사제도가 적용돼 임상적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우선 심사와 사후 자료 제출 허용 등으로 상용화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CNPV(Commissioner’s National Priority Voucher)’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며, 신약 승인 신청서가 제출된 뒤 심사 기간을 기존 10~12개월에서 1~2개월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이려 한다. 중국 역시 임상시험 심사 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 한편, 규제 당국이 별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임상시험을 자동 진행하는 방침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전담 심사팀을 신설해 신약 허가 자료 심사를 우선 실시하는 방식으로, 평균 허가 기간을 420일에서 295일로 단축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신약 상용화 속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맞추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며, 각국 정부의 규제 혁신이 본격화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주요 국가 간 인허가 속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신약 후보물질의 시장 진입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신속심사 확대에 따른 안전성 검증 강화, 사후 관리 체계 구축 등은 여전히 현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각국 제약사들은 글로벌 임상 전략, 허가 문서 준비, 심사 대응 체계 개선 등 새로운 규제 동향에 빠르게 부응하기 위한 조직 개편에도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약의 허가를 둘러싼 전 세계 제도 혁신 경쟁이 시작됐다”며 “심사 절차 효율화가 산업 혁신의 바로미터가 되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산업계는 이번 품목허가 제도 혁신이 실제로 신약 개발 주기 단축과 상용화 성공률 제고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