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는 새벽, 줄 잇는 한표의 의미”…전국 투표소마다 시민 열기→국민 의무와 희망 쌓이다
어둠이 걷힌 새벽, 제21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투표가 빛처럼 열렸다. 유권자들은 주소지 관할 투표소로 이른 걸음을 옮기며, 자신에게 주어진 한 표의 무게를 가슴 깊이 새겼다. 관공서와 학교, 그리고 피자집과 카페까지 온기 어리게 변모한 각 투표소는 일상의 공간을 민주주의의 현장으로 일시에 바꾸었다. 서대문구의 한 피자집은 기표대와 임시 경사로로 새 단장을 했고,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건물 외벽을 감쌌다. 이곳에서 투표 1번을 차지한 노한영씨는 “처음 겪는 공간에서 첫 손님이 돼 신기하다”는 소감과 함께, 국가적 난국에서 촉발된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후보를 염원하는 마음을 함께 전했다.
붉은 기운이 잦아드는 평범한 주말 아침, 전국의 투표소는 국민 각계의 손길로 채워졌다. 출근을 앞둔 노인, 가족과 함께 나온 중년과 아이들, 무릎을 겨우 추스른 채 권리를 행사하는 어르신 모두가 짙은 책임의식을 안고 기표소를 나섰다.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선 운동복과 슬리퍼 차림으로 투표장에 들어서는 이들, 부모 손을 꼭 잡은 아이의 모습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오랜 세월 역사의 굴곡을 겪은 세대 또한 “국가의 명운은 지도자의 결정에서 갈린다”는, 한겨울의 경험이 낳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정치와 경제가 어지러운 시기에 두 딸과 투표장을 찾은 시민은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나라, 빠른 안정”을 바랐다. 갓 백일을 넘긴 아이를 안은 아버지는 자신과 가족의 미래, 아이의 희망까지 담아 투표했다.

서울 노량진에서도 직업 준비생과 젊은 층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일부는 투표 장소를 헤매다 웃음과 허탈함을 남겼고, 투표권의 무게를 누구보다 신중히 바라보는 수험생은 “앞선 세대의 희생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부정선거 우려가 섞인 표정의 선거관리관은 더 단호하게 투표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긴 줄 끝에 첫 번째로 투표를 마친 고령 시민은 산책하듯 느긋한 발걸음으로 떠나며 작은 일상의 행복을 덧붙였다.
대선 본투표는 이날 전국 1만4천295개 투표소에서 14시간 동안 이어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국민의 책임과 열망이 살아 숨 쉬는 투표 현장은 오늘도 시민 한 명 한 명의 선택 위에 새로운 역사의 하루를 세워가고 있다. 선거가 끝난 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국민적 주목과 긴장, 그리고 희망은 점차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