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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추도식 또 보이콧”…이재명 정부, 과거사엔 단호·한일협력은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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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추도식 또 보이콧”…이재명 정부, 과거사엔 단호·한일협력은 분리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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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충돌이 다시 한일관계의 긴장 변수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4일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을 공식화하면서, 최근 몇 년간 우호적으로 흐르던 양국 분위기에도 일정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경직된 입장, 그리고 한국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맞물리며 정국의 또 다른 시험대가 마련된 셈이다.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결정은 한일관계에서 과거사 문제만큼은 기존 원칙과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의 반복이었다. 이날 한국 정부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측과 추도사에 강제성과 관련한 구체적 표현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갈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복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일외교는 출범 초기부터 실용적 접근으로 주목받았다. 역대 대통령 최초로 취임 후 양자 방문 1호국을 일본 도쿄로 정했을 만큼 미래지향적 신호를 보냈다. 과거 대선 및 정치인 시절 '반일' 프레임이 따라붙었던 이재명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한일관계 정상화에 나선 점은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태도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인정하고 추도사에 반영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으나, 일본 측은 애초 합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행사 취지와 추도사 문구를 고수했다. 그 결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도광산 추도식은 한국의 불참 속에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약속 불이행에 대한 항의"라는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양기호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일본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행사에 참여하면 결과적으로 일본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가 된다"며, "불참을 통해 한국 입장의 일관성을 지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배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내에선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퇴진 위기가 불거진 가운데, 과거사에서 한국에 양보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교수는 "일본 정국의 혼란과 내부 정치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한국을 의식해 추가 배려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이 당장 한일관계 전반의 우호 기류를 뒤흔들 요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실질적 협력사업을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재확인했다. 과거사 대응은 원칙대로 하되, 무역·안보·경제 협력 등 미래지향적 교류 채널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한일관계는 과거사와 실용외교의 이중성을 다시 부각했다. 정치권은 양국 협력의 관성이 강화되더라도, 일본이 역사 문제에서 성의 있는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반복적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사도광산 추도식이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의 진정한 애도 자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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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사도광산#한일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