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선 장중 돌파”…코스피 3년 5개월만에 강세, 코스닥 1.5% 급등 여파
긴 시간 잠잠했던 증시가 다시 힘 있게 일어섰다. 6월 11일, 코스피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장중 관통했다. 출렁이는 지수 속에서 새벽 이슬처럼 맺힌 기대감은 미중 무역 협상에서 불어온 훈풍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금빛 희망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5분, 코스피는 2,893.00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21.15포인트, 0.74% 올랐다. 거래 초반 잠시 움츠렸던 움직임은 곧장 상승세로 전환됐고, 2,900선을 넘어서며 과거 고점이던 2,896.43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그러나 환희의 순간은 길지 않았다. 장중 추가 매수와 조정 움직임이 엇갈리며 지수는 2,890대를 중심으로 출렁이는 물결을 그렸다. 이 같은 2,900선 상회는 2022년 1월 18일 이후 오랜만의 일이었다.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나란한 매수세에 누군가는 꿈을 꿨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632억 원, 기관이 489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는 982억 원어치를 팔며 조용히 조정의 정취를 더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6거래일째 이어졌으나, 오늘은 매도세와 매수세가 미묘하게 맞물리며 매수 규모가 소폭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거인의 발걸음을 연상케 했던 이날의 시세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0.84%, SK하이닉스는 3.47%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5.42%, 현대모비스 3.45%, 현대차 1.78%로 시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미중 무역 협상에서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전자를 타고 흐르면서, 반도체주는 시장 전체에 온기를 더했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35%, KB금융은 2.43%, 신한지주는 1.97% 하락하며 업종별 온도 차를 드러냈다.
업종별 흐름에도 명암이 교차했다. 의료정밀기기, 보험, 기계장비, 전기전자 및 전기가스 업종이 1.5%에서 2.5% 넘는 강세를 보인 반면, 오락·문화, 비금속, 건설 업종은 소폭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782.81에 머물렀다. 1.51%나 오른 수치였다. 외국인이 784억 원, 기관이 364억 원 순매수했고, 개인 투자자는 1,069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HPSP 9.52% 등 일부 종목이 화려한 비상에 나섰고, 시가총액 상위주에서도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HLB 등이 상승을 보였다. 다만, 에스엠, JYP Ent., 셀트리온제약 등은 내림세로 상대의 무게 중심을 달리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신뢰가 되살아나면서, 투자 심리는 한층 밝은 색을 입었다. 동시에 단기 랠리에 따른 변동성 확대와 업종별 차별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증권가 위에 내렸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진폭을 차분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벽마다 흐르는 강물처럼, 시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순환 속에 있다. 오늘의 흐름이 새 바람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다시금 조정의 파고가 몰려올지, 투자자들은 호흡을 고르며 내일의 시장을 응시하고 있다.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이 순간, 섬세한 포트폴리오 점검과 현명한 의사결정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 발표될 기업 실적, 미중 협의 진전 등 굵직한 이벤트가 투자자의 마음과 시장의 행로에 어떤 빛을 더하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