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유니콘 침체 장기화”…미국 6분의 1로 격차, 혁신 둔화 왜 심화될까→EU 경제 성장 제약론 부각
부드러운 새벽빛이 감도는 브뤼셀의 오래된 골목들. 그 안에서 혁신의 소리가 이따금 메아리치지만, 글로벌 기술 대전 구도에선 아직 먼 여정임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럽연합의 스타트업 시장은 최근 발표된 수치에서 그 빛이 상대적으로 옅다. 유럽 유니콘 기업은 107개로 집계돼, 미국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임이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밝힌 분석은 이렇다. 유럽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차세대 기술 산업에서 시장을 뒤흔들 독보적인 유니콘 기업을 기대만큼 배출하지 못하며, 주요 시장 선도권이 잦아들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미국에는 690개, 총 기업가치 2조5천300억 달러어치 유니콘 기업이 있다. 반면 유럽연합은 3천333억8천만 달러 상당 107개 유니콘만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 비해서도 적으며, 50년 미만 기업 중 100억 달러 이상 상장사는 미국 241개에 비해 EU는 14개에 머문다.

유럽에서는 혁신이 실리콘밸리처럼 산업의 근간으로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한계가 꾸준히 거론된다. 다양한 국가별 상이한 법률, 문화적 장벽, 그리고 미국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벤처 자금 환경은 유럽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정부 지출은 일인당 미국과 유사하지만, 풍부한 민간 투자나 도전적 벤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시장 역동성이 부족하다. 촘촘한 규제 역시 유럽 기업가들의 비상을 막는 현실적 벽이다.
연구개발 투자액 면에서 미국과 유럽의 간극은 더욱 크다. 미국은 불과 16년 만에 R&D 투자 규모를 4천618억 달러에서 8천231억 달러로 80퍼센트 가까이 늘렸지만, 유럽은 이 기간 3천362억 달러에서 5천40억 달러로 50퍼센트 상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 투자 위축은 현장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1990년대 후반 EU 노동자의 시간당 생산성은 미국의 95퍼센트였으나, 현재는 80퍼센트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또 하나의 그림자는 근로시간 단축 흐름에 있다. 2023년 기준 미국 노동자는 일주일 평균 34.6시간을 일하는 반면, 유럽연합은 30.2시간으로 훨씬 짧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과 직업 안전성을 중시하는 유럽의 고유한 문화와 맞닿아 있으며, 동시에 위험 회피적인 사회 분위기가 창의적 도전을 막는 역동성 저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생산성 저하와 혁신 지연의 파동은 유럽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유럽연합의 경제 성장률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을 맴돌며, 경제 규모 역시 이제 미국의 3분의 2까지 달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당분간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삶의 균형과 안전망을 중시하는 유럽의 기풍, 각국 분절 정책 환경, 투자 보수성—all 이 모든 것이 유럽 경제 성장의 중장기적 숙제로 부각되는 시점이다. 거대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두 대륙의 혁신 성장 패러다임 격차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