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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해병대 진정 기각 배후 의혹”…박진 전 사무총장, 외압 탐지 근거 언급
정치

“인권위, 해병대 진정 기각 배후 의혹”…박진 전 사무총장, 외압 탐지 근거 언급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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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수사 외압과 은폐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특별검사팀과 국가인권위원회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2일, 인권위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진정 및 긴급구제 신청을 부당하게 기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진 전 인권위 사무총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팀 사무실에 이날 오후 출석한 박진 전 사무총장은 취재진에 “당시 저희는 갑자기 바뀐 모습 때문에 굉장히 의아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는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직후, 인권위의 진정 기각 결정이 내려진 사실과 맞물려 반향을 일으켰다.

박 전 총장은 또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진 후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며 “그 통화가 결국은 태도를 바꾸게 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건이 군인권소위 차원에서만 기각된 경위를 두고도 “김 위원이 상임위에 상정하는 것 자체를 원치 않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쟁점은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의욕을 보였던 김 위원 모습이 왜 180도 달라졌는지 아니겠나. 그 사실에 대해 특검팀에서 모두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위원은 지난해 8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검찰단의 채상병 사건 수사자료 회수 조치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달 14일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박 단장에 대한 진정과 긴급구제 신청은 군인권소위원회에서 잇따라 기각됐고, 이 과정에서 김 위원의 입장이 급변한 점이 핵심 의혹으로 남았다. 특검팀은 해당 진정이 접수된 당일 김 위원과 이종섭 전 장관이 전화 통화를 한 정황이 있다며, 이 통화가 기각 결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인권위 사무총장은 소위원회 회의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당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이라며 “김 위원 고발의 배경이 되는 사실관계를 두루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특검팀은 박광우 전 인권위 군인권조사국장 직무대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이번 주 중 군인권보호국 소속 조사관들에게도 소환 조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한편, 이명현 특검팀은 이날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세 번째 소환하는 등 수사 외압 및 기록 회수 의혹의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특검 조사와 연이은 진술이 해병대 채상병 사건의 구조적인 은폐 및 외압 정황을 해소할 단서가 될 것으로 주목한다.

 

이날 특검팀은 인권위와 대통령실 관련 인사 소환 조사를 이어가며, 채상병 수사 은폐 의혹의 실체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검팀은 향후 군인권보호국 조사관 추가 조사와 관계자 소환을 거쳐 진상 규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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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이종섭#이명현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