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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8% 매출 급등”…인플레이션에 美 소비패턴 재편→물가·관세 이중압박 현상
국제

“코스트코 8% 매출 급등”…인플레이션에 美 소비패턴 재편→물가·관세 이중압박 현상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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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햇살 아래, 떠오르는 면적 높은 창고의 거대함이 이방인의 시선을 붙든다. 지난 분기, 그 안을 메운 이국적 풍경 속 계산대 뒤로 긴 줄이 몰리고, 쇼핑카트엔 생필품이 가득 쌓인다. 기록을 갈아치운 창고형 할인점 매출에, 묵직한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진폭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코스트코가 발표한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은 침체의 그림자와 인플레이션의 압박 속에서 오히려 찬란하게 빛났다. 632억 1천만 달러, 전년보다 8%나 늘어난 매출은 시장전망치를 소폭 상회하며, 소비자들의 변화를 수치로 증명했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도 3.78달러에서 4.28달러로 껑충 뛰었다. 휘발유와 환율 변동 효과를 제외해도, 동일 점포 매출은 7.9% 성장했고, 온라인 매출은 16% 가까이 확대됐다. 

코스트코 분기 매출 8% 증가…美 인플레이션 속 창고형 할인점 호실적
코스트코 분기 매출 8% 증가…美 인플레이션 속 창고형 할인점 호실적

이러한 흐름은 경쟁사 샘스클럽이 6.7% 성장, 월마트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도 드러난다. BJ도매클럽도 3.9% 생활용품 중심으로 매출을 늘렸다. 반면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앤앨버트슨의 분기 성장률은 2%, 백화점 메이시스의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창고형 할인점들의 장점이 번영의 선을 그리는 사이, 전통 유통의 그림자는 거칠어진다.

 

이들 할인점 체인은 회원제 운영을 고수한다. 연 50~65달러의 이용권으로 충성고객을 묶어 세를 불린다. 지난해 샘스클럽과 BJ도매클럽이 기본 회원비를 인상한 뒤에도 회원 증가는 꺾이지 않았다. 샘스클럽이 회원 수익 비중을 80~90%에 달한다고 밝힌 것은, 이 구조의 견고함을 방증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도입된 대중국 고율 관세와, 끊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복합적 위기가 놓여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2019년보다 26% 가까이 올랐고, 그 바람에 장거리 운전에 주차난과 긴 대기행렬의 불편을 무릅쓰고서라도 소비자들은 창고형 할인점으로 몰려들고 있다.

 

코스트코와 경쟁사들은 매장 확대 행보로 응수한다. 코스트코는 올해 15개, 샘스클럽은 연 15개, BJ도매클럽도 2년 내 25~30개 점포 오픈을 내걸었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 뒤에는 관세 인상 가능성이 버티고 섰다. BJ도매클럽은 콘퍼런스콜에서 관세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코스트코 역시 어닝콜에서 일부 공급원 교체, 상품 조기 수입, 품목별 탄력적 가격조정 전략을 언급하며, 변동성 시대의 돌파구를 모색한다.

 

코스트코는 중남미산 파인애플과 바나나 가격을 동결했지만 꽃은 인상, 계란은 또다시 인했다. 수익 방어와 고객 신뢰 유지 사이의 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된다. 회원 수입 의존도와 상대적 경제여유층이라는 특성은 이 큰 유통공룡이 경기 변동기에 보이는 회복탄력성의 밑바탕이다.

 

국제 경제 탐색선들은 미국 유통의 변화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의 매출 증가는 연쇄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수출입 구조, 협력업체와의 가격 협상구도까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시장은, 관세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 도약대 위에 선 유통 산업에 또 한 번의 시험대를 예고하는 듯하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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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샘스클럽#bj도매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