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N 구철우, 350도 숯가마에 삶을 담다”…뜨거운 단단함→사라지지 않는 여운
작은 시골 마을에서 흐드러지는 여름 햇살은 이혜진이 농막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에 특별한 온기를 더했다. 도시의 피로를 내려놓고 손수 가꾼 밭에서 방울토마토와 비트, 상추를 거둬들이는 순간, 고단한 요양원 사회복지사의 일상엔 새로운 숨결이 찾아온다. 병마와 투병의 긴 시간을 딛고 건강을 회복한 이혜진은 땅의 촉감에 감사하며 친구들과 삼겹살을 구워 나누는 소박한 저녁으로 삶의 의미를 새긴다.
여름의 열기가 식당 안 뜨거운 주방에서도 꿈틀거린다. 김포의 작은 음식점에서는 추어매운탕 한 그릇에 푸근한 손맛과 어머니의 정성이 어우러진다. 직접 손질한 미꾸라지와 민물새우, 들깻가루 위에 얹어진 향기로움이 한 끼 식사에 진한 온정을 더한다. 식탁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는 일상에 특별한 여운을 쌓아올린다.

낯설고 오래된 스페인 카세레스의 거리를 거니는 박지후와 에르네스토 부부의 시간 역시 자연스레 이어진다. 역사의 울림이 깃든 구도심, 500년 된 성당에서 첫 약속을 떠올리는 그들의 눈빛은 스페인의 현재와 과거, 신혼의 설렘이 중첩되는 풍경 위에 은은히 번져간다. 현지 시장의 소고기 요리, 골목을 가로지르는 축구 응원단의 열기가 모두 부부의 여행을 한층 깊게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선을 끈 것은 숯가마 기술자 구철우의 16년 묵은 땀과 시간이었다. 2.5톤의 참나무를 손질하고 벽돌과 진흙으로 입구를 세우는 새벽은 늘 고요하지만, 숯가마 안 350도의 뜨거운 열기와 숨가쁜 움직임 위에서 구철우의 하루는 더욱 단단해진다. 실제로 숯을 꺼내는 작업과 가마 안 청소는 극한의 고됨을 동반하지만, 구철우는 흔들림 없이 그 불길과 땀방울을 감내해왔다. 73세의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그의 표정에는, 긴 세월이 만들어 준 강인함과 삶의 여백이 고스란히 배어났다.
삶의 풍경이란 때로 농막의 조용한 나눔, 식탁 위 진한 국물, 멀리 떨어진 골목길의 설렘, 그리고 숯가마 앞 땀방울처럼 소박하면서도 묵직한 순간들로 완성된다. ‘오늘N’은 그 일상 속 조용한 감동을 깊게 다뤘다. ‘오늘N’은 매주 수요일 오후, 이제 막 끝난 하루의 숨결을 화면으로 이어가며 시청자에게 따스한 여운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