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한미일 협력·한중까지 직결”…이혁 주일대사, 미래지향 협력 강조
한일관계를 둘러싼 외교 셈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혁 신임 주일대사는 29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한일관계가 한미일 협력, 한미관계 그리고 한중관계에도 중요한 연쇄고리임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에 첫 발탁된 주일대사인 그는 한일이 당면한 외교 현안을 풀고 미래지향 협력을 위해 적극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이혁 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관계가 우리 외교의 출발점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가장 잘 구현되는 분야가 한일관계"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으로 일본을 양자 외교 방문국에 포함시킨 배경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시바 총리 역시 '셔틀 외교' 차원의 상호 교환 방문을 위해 30일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신임 총재 선출과 동시에 국회에서 후임 총리가 지명되면 곧 퇴임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혁 대사는 "누가 새 총리가 되든 한일관계 진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역사 문제는 한국의 엄정한 입장에 따라 대응하되, 미래 협력은 분리해서 접근하는 투 트랙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현안별로도 이견과 실타래가 존재한다. 주일대사관 관계자는 "사도광산 한국 별도 추도식을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며 "길게 끌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사도광산 추도식의 경우 올해 8월 일본 주최 행사에는 한국이 불참했고, 추도사 내용 등에서 입장차가 노출된 상태다. 또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유해가 발견된 조세이 해저탄광 유골 조사와 관련해 이 대사관은 "양국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원만히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본 정부 측의 소극적 대응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에 대해선 우려가 깊다.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내 지지 목소리가 커져야 하지만, 민감한 문제라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 역시 압박과 주저 사이의 신중론이 교차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선 이혁 대사의 실용외교 의지와 현안 접근법에 대해 기대와 경계가 엇갈린다. 한쪽에선 "역사 문제에는 엄정대응, 실용 협력은 분리"라는 투 트랙 원칙이 한일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단 평가가 나오는 반면,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는 진전이 어렵다는 시각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한중 등 대외지형 변화에 맞춰 실용외교와 국익 중심 접근이 당분간 이재명 정부 외교의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일 신임 대사 부임과 맞물려 30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부산 정상회담이 예고되는 가운데, 역사와 현안을 병존한 한일관계에 외교적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과거사 대응과 미래 협력, 실용외교 전략을 병행하며 한일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힘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