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언더파 집중력 빛났다”…김시우, 메모리얼 1R 상위권→4일 각축전 예고
차분함 속에 깃든 집중력이 코스를 지배했다. 강한 바람과 낯선 긴장, 그 모두를 스윙 한 번에 녹여낸 김시우의 눈빛은 오히려 더 단단해 보였다. 오하이오주 뮤어필드 빌리지의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파도를 헤쳐 나간 1라운드, 김시우가 다시 한 번 미국프로골프 투어 메모리얼의 중심에 섰다.
총상금 2천만 달러가 걸린 시그니처 이벤트답게 톱랭커들이 모인 대회 첫날, 김시우는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엮어 2언더파 70타, 공동 7위로 출발했다. 단독 선두 벤 그리핀과는 5타 차이지만,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강자들 사이에선 귀중한 성과였다.

김시우의 초반은 안정적이었다. 1번부터 4번 홀까지 꾸준히 파 세이브를 이어가며 템포를 유지했다. 5번 홀에서 아쉬운 보기를 남겼으나, 6번 홀 약 9미터 버디 퍼트로 기세를 잡았다. 7번 홀 파5에서도 두 번째 버디가 흐름을 바꿨고, 흐트러지지 않는 호흡은 플레이 내내 이어졌다.
12번 홀의 해저드 보기에도 김시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곧장 13번 홀에서 정확한 임팩트로 버디를 올렸고, 16번 홀에도 1미터 샷을 성공시키며 네 번째 버디를 보탰다. 김시우는 라운드 후 “코스가 어렵지만 좋은 출발”이라며, 남은 3일 동안엔 드라이버 컨트롤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한국 선수 임성재는 1오버파 73타로 공동 23위, 안병훈은 2오버파를 기록하며 다소 주춤했다. 반면, 벤 그리핀은 이글 1개와 7개의 버디를 앞세워 7언더파 65타, 단독 선두로 나섰다. 그는 “공격적 플레이에도 위기를 침착하게 넘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와 콜린 모리카와, 맥스 호마 등 정상급 선수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분위기다. 김시우는 최근 4개 대회 연속 톱30 진입, 지난해 4위, 2021년 9위 등 꾸준히 메모리얼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컷 탈락 없는 4라운드 시스템 속에 남은 사흘, 한 번 더 도약의 시간이 준비돼 있다.
골프장은 오늘도 조용한 긴장감으로 뒤덮였다. 스코어판 너머로 제각각의 꿈을 품은 선수들의 발걸음이 남는다. 김시우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대회 2라운드는 31일 재개되며, 최종 우승의 주인공은 일요일 미국 현지에서 호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