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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을 여는 새로운 울림”…KBL, 시범경기 부활→팬 문화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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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을 여는 새로운 울림”…KBL, 시범경기 부활→팬 문화 지각변동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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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공이 고요한 체육관 바닥을 울릴 때면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예감하게 된다. 올여름, KBL이 익숙한 오프시즌 풍경 대신 전혀 다른 무대를 예고했다.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비시즌 이벤트였던 컵대회가 2025-2026시즌부터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시범경기가 대신할 전망이다.

 

한국프로농구연맹 KBL은 10일, 신규 시즌 리그 개막 시점이 10월 초로 앞당겨지면서 기존 컵대회 일정이 정규 시즌과 겹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KBL과 10개 구단은 타이트해진 일정 속에서 선수단 컨디션과 구단 운영 효율을 고심한 끝에, 컵대회 폐지와 시범경기 전환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비시즌 시범경기 도입”…KBL, 컵대회 대신 새로운 방식→팬 기대 모아 / 연합뉴스
“비시즌 시범경기 도입”…KBL, 컵대회 대신 새로운 방식→팬 기대 모아 / 연합뉴스

지난 몇 년간 컵대회는 수도권과 지방을 넘나들며 5년간 이어져왔지만, 매년 일부 지역 체육관을 순회하는 방식 속에서 관중 동원과 흥행에는 한계가 닿았다. 실제 지난해 제천 결승전에는 1천279명만이 현장에서 열기를 함께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외국인 선수 테스트와 전력 점검이라는 분명한 성과가 있었으나, 토너먼트 형식으로 인해 조기 탈락팀의 경기 경험 부족 문제가 고질적으로 남았다.

 

반면, KBL이 제시한 시범경기 방식은 모든 구단이 일정 수의 경기를 치르며 다양한 전략 실험과 팬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다. 특히 구단별 연고지에서 진행될 경우, 더 많은 지역 팬이 자기 팀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KBL 관계자는 “올해는 별도의 컵대회 없이 연고지 팬 접점 확대를 핵심 목표로 한다”며, 시범경기 운영으로 제도의 안착과 현장 소통 활성화 의지를 밝혔다.

 

한국프로농구 창설 이래 KBL은 2000년까지 매년 시범경기를 운영해왔다가 중단했으며, 2003년 한 차례 부활 이후 줄곧 아마추어-프로 혼합 방식의 컵대회로 전환했다. 이번 변화는 20년 만에 돌아오는 본격적인 시범경기의 손길이기도 하다.

 

팬들 반응 또한 엇갈린다. 오랜 시간 정착된 컵대회를 아쉬워하는 목소리와 함께, 선수단 체력 안배와 다양한 경기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동시에 등장했다. 시즌 전 모든 팀이 고르게 준비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농구계를 물들인다.

 

KBL은 올 하반기 시범경기 구체적 일정과 운영안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각 구단은 새로운 비시즌이 선사할 도전에 맞서 팬과 더 가까이에서 소통할 계획이다. 성숙한 농구 문화가 어떻게 뿌리내릴지, 조용한 코트 위에서 여름과 가을 사이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 전망이다.

 

가장 가까운 농구와 일상의 경계, 그 경이로움이 묻어난다. KBL의 이번 결정이 오랜 습관을 뒤흔드는 파문으로 남을지, 아니면 농구팬의 새로운 추억과 기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025-2026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오는 10월 개막을 앞두고 비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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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프로농구#시범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