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해안 드라이브”…영광, 자연과 전통이 살아있는 여름 여행지로 각광
여름이면 깊은 바다 내음과 초록 숲이 그리워진다. 요즘은 흐리고 습한 날씨에도 영광을 찾는 이들이 많다. 무더위 속에서도 심하게 덥지 않고, 실내외를 넘나드는 여행 코스가 많아진 덕분이다.
오전 기온 31도를 넘나드는 영광은 고온다습한 한여름답지만, ‘구름 많은 하늘’ 아래서는 바깥 걷기에 오히려 여유가 생긴다. 특히 안마도는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이라는 점에서 도심과 단절된 조용함이 살아 있다. 붐비지 않는 해변, 섬 곳곳의 포토스폿, 직접 마주한 일몰은 여행자들 SNS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솔직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필요할 때 이런 섬이 떠오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영광의 대표적 항구인 법성포도 여름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다. 굴비마을과 풍성한 시장, 바닷바람이 스치는 산책로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조용히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산책길과 지역만의 특색 있는 먹거리들이 하루의 피로를 달랜다. 습도가 높아도 구름 덕에 자외선 걱정은 덜하고, 해풍은 여전히 상쾌하다.
탁 트인 전망을 원한다면 백수해안도로가 있다. 자동차를 타고 여유 있게 달리다 보면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해넘이 전망대, 휴게 공간 곳곳에서 쉬어가며 흐린 날만의 담담한 풍경을 감상하는 이들의 만족도가 높다. 실제로 이곳은 전라남도 100경에 들 만큼 자연미가 빼어나다.
또 산사의 고요를 찾는다면 불갑사로 향하는 여정도 추천할 만하다. 숲과 계곡에 기대 앉아 선선한 바람을 느끼면, 한여름에도 몸과 마음이 다 식어진다. 걷기 좋은 산책길과 깊은 녹음은 더위를 잊게 했다고 방문객들은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실외와 실내를 오가는 여행 코스가 인기를 얻는 요즘, 영광처럼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지역의 여행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생활기상지수 상으로 미세먼지는 ‘좋음’, 자외선은 ‘보통’ 수준이라, 맑은 날에만 맞춰 떠나는 여행 패턴도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여행 칼럼니스트 이승주 씨는 “흐림과 구름, 그 나름대로의 감성이 있다”면서 “선명하게 밝은 날에 비해 여행지의 본질적인 매력을 더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 네티즌은 “사계절 중에도 여름 흐린 날의 한적한 해변을 가장 좋아한다”고, 또 다른 이들은 “섬 마을 사진을 보니 떠나고 싶어진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여행은 늘 계절과 하늘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발견을 남긴다. 영광의 구름 많고 선선한 여름날 풍경은, 잠시라도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은 이들에게 가만히 기댈 안식처가 돼주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싶은 여름의 한 장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