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지원 17% 붕괴”…전국 필수의료 시스템 최대 위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17%에 그치며 의료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의정갈등 이후 복귀가 이뤄진 타과에 비해 소아청소년과는 충원율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필수의료 분야 전체에서 가장 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률은 13.4%로, 재학생을 포함해도 전체 정원의 17.4%에 불과하다. 이는 내과, 산부인과 등 타 필수과에 비해 월등히 낮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40.3%나 급감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을 '필수의료 붕괴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핵심 원인으로는 낮은 진료수가와 의료사고·법적 분쟁에 따른 리스크가 꼽힌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90%가 '진료에 대한 불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80%는 '의료사고 부담'을 기피 요인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저출산으로 인한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도 전공 선택을 더욱 회피하게 만드는 구조다. 이처럼 경제적·제도적·인구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소아청소년과 분야의 미래 전문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인력난으로 전국 수련병원 중 24시간 소아청소년과 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 조사 기준, 93개 수련병원 중 불과 46.2%만이 야간 응급대응이 가능한 상태며, 지방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원 자체가 없는 지자체도 58곳에 달한다. 이로 인해 중증·응급질환이나 만성소아질환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받기 어려워지고, 지역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의료계는 필수의료 인력 유지를 위해 진료수가 조정, 법적 책임보험 등 지원책을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반면 한국은 제도·재정적 기반 미비로 국가적 인프라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건강기본법' 제정과 진료수가 현실화, 파격적 재정 지원, 법적 분쟁 부담 완화 등 산업계가 요구하는 구조 개혁이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빈약한 정책 대응이 지속될 경우 현장 복귀, 신규 유입 모두 가로막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지방 격차를 포함한 구조적 개선 없이는 소아청소년 의료 기반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지금과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면, 현장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비가역적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산업계는 정부와 국회, 의료계가 함께 신속한 대책을 도입하는 것만이 한국 소아청소년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위기가 실제 의료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결국 구조와 인프라, 재정 투입이 얼마나 선행되느냐가 필수의료 미래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