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낀 해안길, 더위를 걷는다”…영덕 여름 여행의 새로운 리듬
요즘 영덕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여름 여행 하면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구름과 바람, 흐린 햇살도 일상의 여행 감성이 됐다. 낮 기온 32도를 넘나드는 영덕의 날씨 속에서 사람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한여름을 보내고 있다.
햇볕 부담이 적은 오전과 흐린 오후, 영덕 블루로드를 걷는 가족과 연인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넓게 펼쳐진 해안선을 따라 잠시 차로 이동했다가, 경치 좋은 구간에선 걸음을 늦춘다. SNS에도 ‘여름 바다 산책’ 인증샷이 부쩍 많아졌다. 해맞이공원에선 시원하게 부는 바람과 잔잔한 파도 소리 덕에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오후 산책코스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영덕의 체감온도는 오전 11시 기준 32.4도. 습도도 57%를 기록했다. 무더위와 높은 자외선 지수 속에서, 여행객들은 오전 야외 활동과 오후 실내 일정을 자연스럽게 나눈다. 신선한 해산물로 유명한 강구항에서는 흐린 날씨에 항구를 거닐다, 인근 식당에서 지역 음식을 즐기며 더위를 식히곤 한다는 후기가 꾸준하다.
현지 주민들은 “여름엔 피할 곳과 즐길 곳을 번갈아 찾게 된다”고 표현했다. 여행사 관계자도 “무더운 날씨와 소나기 예보가 이어지지만, 해안길 걷기나 언덕 위 풍차를 배경으로 한 풍력단지 산책 등 영덕만의 시원한 풍경 덕에 여름 여행 수요가 꾸준하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해맞이공원은 흐린 날도 바람이 좋아요”, “블루로드는 구름 낀 날씨에 더 걷고 싶어진다” 등 무더위 속 새로운 여행의 리듬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다 보니 실내외 일정을 자유롭게 믹스하며, 무더위조차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자연스럽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지금 영덕의 여름은 구름과 햇살, 바람과 바다가 뒤섞인 풍경 속에서 우리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