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보험사 투자 시동”…중국, 혁신신약 시장 확대 새국면
중국 정부가 민간 보험사와 협력해 혁신 신약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며 바이오산업의 시장 구조와 투자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보험 적용 확대와 규제 완화 전략이 맞물리며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번 정책 발표를 ‘중국 바이오산업 재도약의 분수령’으로 평가한다. 혁신 의약품의 보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민간자본이 신약 개발에 장기 투자할 길을 터줌으로써 바이오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예고된다.
중국 국가의료보장국과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7월 1일, 혁신 약물의 고품질 개발을 지원하는 16개 정책조치를 공동 발표했다. 핵심은 높은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가급여의약품목록 진입이 어려웠던 고가 혁신신약들을 ‘상업 건강보험 혁신 의약품 카탈로그(카테고리 C)’를 통해 시장에 진입시키는 제도다. 이 카탈로그에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CAR-T(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등 첨단 치료제와 GLP-1 기반 치료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이 포함된다. 보험 상품 설계에서 제약사·보험사 간 자율 가격 조정이 허용돼, 민간중심의 혁신 의약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이번 정책의 주요 차별점은 국가가 직접 보장하는 급여목록이 아니라, 민간 보험사가 혁신 신약 개발·구매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이다. 그간 중국 의료 시스템은 경제성을 중시해 의약품 국가급여목록, 중앙집중식 조달을 중심으로 가격 인하 압박을 지속해 왔다. 이로 인해 고부가가치 치료제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은 장기간 ‘투자 혹한기’를 겪었다. 하지만 민간 보험주도 채널이 신설되면서 바이오 신약의 수익성 개선과 시장진입 장벽 해소가 기대되고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정부가 민간 영역에 인센티브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민간 보험사의 투자와 신약 보험등재의 연계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보험사 AIA와 메트라이프생명 등은 현지 기업과 카테고리 C 의약품 특화 상품 설계를 위한 제휴 협력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임상시험 신청 심사기한을 30일로 단축해 규제 허들을 낮추고, 적자기술기업 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등 금융·제도 전반의 지원책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등 세계 주요국과의 제약바이오 주도권 경쟁, 즉 미중 기술패권 주도권 다툼과 맞물린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오 센터장은 “중국은 아직 모험자본 역량이 미국에 비해 약하다”며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라이선스 거래의 31%가 중국 바이오기업과 관련된 것으로 집계돼, 해외시장에서도 중국 바이오 분야의 존재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빅데이터 플랫폼 등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역량 강화와 국가적 제도 지원의 필요성이 부상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경쟁을 따라잡으려면 빅데이터와 AI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R&D 인프라 구축 의지가 결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혁신 신약 육성 정책이 실제 시장 안착과 기술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기술과 제도, 보험 등 산업 구조 변화가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