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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로 걷는 백제의 길”…공주에서 만나는 고요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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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로 걷는 백제의 길”…공주에서 만나는 고요한 시간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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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주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멀게 느껴졌던 역사 유적이, 이제는 가을 산책의 새로운 목적지가 되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진짜 쉼을 찾으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공주는 구름이 많은 날씨와 함께 습한 가을의 기운이 감도는 도시였다. 금강을 따라 걷다 보면 고대 백제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마다 잠시 머물게 된다. 사곡면의 마곡사에선 묵은 기와지붕 아래로 은은한 향이 퍼지고, 숲이 사원을 감싸 안듯 조용한 산책길은 명상하듯 걷기에 그만이다. 붐비지 않는 길을 따라 걷는 방문객들은 “여기선 마음의 소리가 크게 들린다”고 표현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공산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공산성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충남 도내 주요 유적지 방문객은 다시 늘고 있고, ‘역사+자연’을 테마로 한 여행이 SNS에서 꾸준히 공유된다. 특히 30대부터 가족 단위까지, 세대 구분 없이 산책과 휴식을 테마로 공원을 찾는 양상이 뚜렷하다.

 

공산성은 도심을 감싸는 웅장한 성벽과 금강의 조화로, 산성 위에 오르면 저녁 노을이 빛나는 장관이 압권이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백제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기분이 들고, 성곽 아래서는 한 폭의 풍경화처럼 미르섬이 펼쳐진다. 전문가는 “여행의 본질은 편안한 시선과 느린 호흡 속에서 자신을 다시 만나는 시간에 있다”고 전한다.

 

공주 메타세콰이어길에서는 길게 뻗은 가로수가 그늘을 선사한다. 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살, 바람, 그리고 들꽃들이 오랜만에 ‘천천히 걷기’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긴 휴식을 건넨다. 커뮤니티에는 “분주한 도시를 떠나 공주의 느린 시간을 걷다 왔다”는 후기들이 이어진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거리를 헛헛하게 걸어서 무엇이 남을까. 그 속엔 그저 문화재와 풍경만이 아닌, 평소 잊고 지냈던 자신과의 대화가 깃든다. 여행은 떠오르는 감정에 잠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러다 보니 삶의 리듬도 조금은 느긋하게 바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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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백제#공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