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생존 정면승부”…여자배구, 이탈리아전 2차전→잔류 희망 걸었다
새벽 하늘을 가로지른 리우데자네이루의 조명이 선수들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세계 정상의 장벽, 그리고 잔류에 대한 희망 사이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다시 코트에 선다. 패배의 아쉬움과 새로운 도전이 맞물린 시간, 선수들은 묵묵히 각자의 호흡을 가다듬는다.
2025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예선 2조 2차전에서 한국은 7일 오전 이탈리아를 상대로 두 번째 경기에 임한다. 이탈리아는 파리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VNL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안고 있는 세계랭킹 1위 팀이다. 첫 경기에서 미국에 3-0, 이어 독일에는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역전승을 거두며 완벽한 스타트를 보였다. 에이스 파올로 에고누와 미리암 실라, 그리고 에카테리나 안트로포바가 책임지는 강력한 공격진은 여전히 상대 팀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앞선 독일전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강소휘의 4점, 육서영의 7득점은 침묵을 깬 명암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리시브와 블로킹에서 수적 열세를 크게 드러냈다. 반면 젊은 선수들로 재편된 조직력이 경기가 거듭될수록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다시 강호를 마주하는 이번 대결에서 대표팀은 성장의 순간을 스스로 증명하고자 한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은 ‘최소 2승’을 올 시즌 현실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남은 일정에서 체코, 벨기에, 불가리아, 프랑스 등과의 연속 맞대결이 기다린다. 모두 한국보다 높은 세계랭킹이지만, 잔류 경쟁의 직접적 분수령이 되는 상대들이다. 이번 이탈리아전에서 조직력과 집중력을 한층 결집한다면, 뒤이은 일전들의 결과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크다.
2024년에는 2승으로 15위에 머물렀던 대표팀이지만, 올해는 총 18개국 중 꼴지만 피해야 VNL 무대를 지킬 수 있다. 강등권 탈출을 위한 마지막 레이스에서 남은 경기 한 점, 한 세트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선수들은 “끝까지 집념을 잃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해외의 벽은 높지만, 코트 위에서 응집된 의지는 종종 예측할 수 없는 이변을 일으켜왔다. 팬들은 하얀 네트 뒤에서 울려 퍼지는 이름 하나하나를 조용히 응원한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다음 경기는 브라질 현지 시각 7일 오전 5시 30분, 리우데자네이루의 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