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우크라 재건 포럼 실체 규명 수사"...민중기 특검, 주가조작 연관 고리 추적
주가조작 혐의를 둘러싼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팀과 삼부토건이 정면 충돌했다. 재건주로 선정된 배경과 현장 관계자들의 발언, 그리고 정부 측면지원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며 정치권에서도 파장이 일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9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집중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포럼은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를 축으로 한 우크라이나재건공동대책위원회와 유라시아경제인협회가 주최했으며, 삼부토건이 이 자리에서 현지 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주가가 급등했다. 실제로 '우크라 재건주'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주가는 1천원대에서 5천500원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특검팀은 행사 경위와 기획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주최 측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하는 한편, 삼부토건이 사전에 주최 측과 접촉해 주가조작 장으로 활용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캐고 있다. 이와 관련, 이양구 전 대사는 "행사는 2022년 우크라이나 인사 방한 당시부터 논의된 민간외교"라고 주장했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 임원 한씨 역시 "인도적 취지로 유사한 행사를 여러 번 열었다"며, "준비 과정 역시 인도적 지원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부토건이 행사 1년 전부터 주최 측과 교류하며 포럼이 주가조작의 무대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전 우크라이나재건공동대책위원회 고위직자는 "초기에는 구호협력과 인도적 지원이 주제였으나, 전후 복구 및 재건으로 논의가 급변했고 이후 건설업계 인사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실제 2022년 6월 부산 포럼, 7월 서울 만찬에는 삼부토건과 KH건설 임직원이 무단 참석해 의문을 자아냈다. 만찬엔 이양구 전 대사, 양용호 회장, 우크라이나 측 인사들, 그리고 당시 삼부 인수를 추진하던 디와이디 대표 등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디와이디는 포럼 3개월 전 이석산업개발 등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고, 삼부토건 및 관련사들과 협회를 매개로 한 업무협약 소식이 이어졌다. 이를 홍보하며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 수혜주'로 시장에 주목받았다. 한편, 협회 내부에서는 "사전 협의 없는 보도자료로 항의가 오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검은 협회 인사들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포럼 직전 삼부토건 회장 소유사 웰바이오텍의 사내이사 후보 명단에 협회 임원들이 이름을 올렸다가 포럼 이후 무산된 정황, 법인 설립 뒤 협회 인사와 삼부 등 주가 급등 업체 임원들이 이사회에 동시 등재된 내막을 집중 조사 중이다. 8일에는 양용호 회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나왔으며, 9일 정창래 전 삼부토건 대표도 소환 대상자로 확인됐다.
삼부토건과의 연결고리 중 하나로 최근 설립된 '한국우크라이나뉴빌딩협회'도 지목됐다. 해당 협회는 국토교통부 허가를 받아 우크라이나 재건시장 진출을 타진해왔으며, 이사회에는 삼부토건을 비롯한 주가 급등 관련 기업인들이 포진했다. 다만, 이 법인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
포럼 개최 당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방문 및 사전 국토부 고위 인사와 삼부 측 면담 정황도 확인돼, 정부 차원에서 사업 참여를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행사 2개월 후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재건 사업을 논의했고, 같은 시기 삼부토건 주가는 또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정치권은 행사와 인사 이동, 정부 지원 의혹 등 복잡하게 얽힌 고리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윗선 개입 여부, 민간협회와 기업 간 이해관계, 정책적 연루 지점을 중심으로 조사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와 별도로 관계 기관의 보다 투명한 사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