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2선 실낱 방어”…코스피, 외국인 대형주 매도→원전주·엔터주 뚜렷한 반전
5월 23일, 서울 증시의 상공에는 흐릿한 구름이 드리우듯, 코스피 역시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했다. 장 초반 2,600선을 단숨에 넘으며 힘차게 출발한 시장은 미국 금리 하락 소식이 한순간 투자자들의 심리를 고조시켰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세례 속에 하루 내내 방향을 잃어버린 듯 등락을 반복했다. 종가는 2,592.09포인트, 변동 폭은 미세했지만, 수급 불균형이 남긴 여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1,345억원어치를 과감히 사들이며 하락을 막아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561억원, 기관은 1,046억원을 내던졌고,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4,150억원을 사들이는 ‘수급 방어선’도 현물시장의 매도 흐름을 넘어서진 못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SK하이닉스 717억원, 현대건설 451억원, 현대로템 296억원, 두산에너빌리티 239억원 등 종목을 골라 담는 전략으로 맞섰다. 그들의 선택은 향후 산업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523/1747985066154_180348246.webp)
반대로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매도세가 대형주 위주로 쏟아졌다. 삼성전자에서는 무려 1,433억원, 현대차 667억원, HD현대마린솔루션 374억원의 매도세가 집중되며 시가총액 대장주들의 무게감이 지수에 그대로 실렸다. 바이오와 방산 업종에서도 차익 실현 매물이 밀려들었고, 기관 투자자들 또한 앞서 밝힌 종목들과 함께 한화솔루션 706억원, 두산에너빌리티 252억원에 달하는 매도 물량을 보였다. 결국 이른 아침의 기대는 하루가 끝날 무렵 약보합이라는 현실로 마무리됐다.
업종별로는 원전(원자력) 테마의 강세가 선명했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에너빌리티는 6.67%, 비에이치아이 5.68%, 현대건설은 1.64% 올랐다. 실제 정책 기대감이 실질 자금 유입으로 연결된 대표적 장면이다. 반면, 2차전지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 소식에 압력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37% 내렸고, 삼성SDI 1.78%, 포스코퓨처엠은 3.0% 후퇴했다. 외국인과 기관 모두 썰물처럼 주식을 던지며, 업종의 추위가 더욱 매서웠다.
개별 종목에서는 시프트업이 임직원 스톡옵션 행사 공시 뒤 14.02% 급락하며 취약한 투자 심리를 드러냈다. 반면, KB금융은 2.38%, 신한지주 1.85%, 삼성물산 2.53%로 오르며 금융·건설주가 방패막이가 됐다.
코스닥 역시 전선을 넓혀 흐름을 이어갔다. 마감 지수는 715.98포인트, 0.24%의 낙폭이었다. 외국인이 269억원어치를 내던졌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405억원, 237억원을 사들였으나 반전의 에너지를 만들진 못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4% 넘게 밀렸고, 신규 상장한 인투셀은 공모가 대비 95.29% 급등해 투자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주는 에스엠 4.42%, 와이지엔터테인먼트 5.48% 등 전반적으로 높은 상승을 연출, 하반기 실적 기대와 함께 산업의 확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드러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7원 내린 1,375.6원에 마감했다. 최근의 달러 약세와 미묘하게 연결된 자금 흐름은, 증시의 숨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품고 있었던 하루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의 총 거래대금은 각각 7조9천232억원, 5조7천512억원,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는 4조1천152억원을 기록했다. 거래대금이 활발했음에도 방향성은 선명하지 않았고, 시장은 마치 갈림길 위를 걷는 여행자처럼 주저하며 하루를 마쳤다.
이번 증시 흐름은 외국인 중심의 매도, 필두를 이룬 원전주 반등, 2차전지 휘청임, 그리고 꾸준한 엔터주 강세라는 다층적 파동으로 기록됐다. 투자자에게는 수급 주체별 지형 변화와 업종별 민감도를 날카롭게 관찰할 필요성이 떠올랐다. 다음 주로 예정된 주요 기업 실적 발표와 글로벌 매크로 지표, 그리고 환율 추이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시장의 안개는 걷히지 않았지만, 변화의 순간마다 기민하게 대응할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