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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제 먹는 약으로 바꿨다”…한미약품, 엔서퀴다 기술 글로벌 수출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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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신약 플랫폼 ‘오라스커버리(ORASCOVERY)’ 기술이 글로벌 제약기업 길리어드사이언스에 수출됐다. 오라스커버리는 기존 주사제를 경구용(먹는 알약)으로 전환시키는 제제(製劑) 플랫폼으로, 신약 후보물질 ‘엔서퀴다(Encequidar)’가 이번 기술이전 대상이다. 업계는 경구제 전환 기술이 질환 치료제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29일 길리어드, 헬스호프파마(HHP)와 총 483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반환의무 없는 선급금은 35억원이다. 개발 완성, 허가, 판매실적 등 단계별 마일스톤 달성 시 최대 448억원(3200만 달러)을 추가 수령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한미약품 오라스커버리 플랫폼 기반의 엔서퀴다로, 기존 항바이러스 등 주사제 치료제를 먹는 약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해 환자 편의성은 물론 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엔서퀴다는 P-gp(약물수송체) 억제제 원리로, 약물의 장내 흡수를 증가시켜 기존 주사제에 비해 생체 이용률을 높인 것이 차별점이다. 이는 동일 항바이러스제라도 주사치료가 어려웠던 환자군까지 포괄할 수 있는 신약 개발 환경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경구제 전환의 생체 이용률 저하, 안전성 확보 등 난제를 해결한 성과로 꼽힌다.  

시장 측면에서는 한미약품이 API(원료의약품)와 완제품을 글로벌 파트너사에 공급하며 로열티도 수취한다. HHP는 올해 6월부터 미국·홍콩·뉴질랜드에서 오라스커버리 기반 오락솔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향후 미국, 유럽, 아시아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되면 다양한 적응증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기대된다.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경구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미약품·길리어드의 이번 계약은 기존 미국 파트너사 아테넥스 파산 이후 핵심 권리를 다시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제약사들도 혁신적인 제제 전환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규 및 규제 측면에서 이번 기술이전은 각국의 식약처(MFDA·FDA 등) 임상·허가 조건 하에 추진된다. 경구제 신약은 기존보다 임상 데이터 및 효능·안전성 기준이 엄격해지는 추세이지만, 글로벌 파트너십은 해당 진입장벽을 보다 빠르게 해결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먹는 경구제 기반 신약 개발이 신속 투여, 환자 순응도 향상, 병원 방문 부담 절감 등 실효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오라스커버리 사례가 주사제 중심 치료 표준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며 “글로벌 산학 협력과 정책 지원이 맞물릴 경우 시장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질적으로 글로벌 신약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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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엔서퀴다#길리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