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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서초동의 불편함에 스미다”…얇은 일상 사이 어른의 그림자→끝내 남을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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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서초동의 불편함에 스미다”…얇은 일상 사이 어른의 그림자→끝내 남을 여운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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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새벽 공기보다 투명한 눈빛으로 이종석이 드라마 ‘서초동’을 시작했다. 안주형이란 이름에 깃든 무게를 가볍게 흘려보인 듯하지만, 하루를 쌓아갈수록 그의 잔잔한 웃음 뒤에는 현실이 남긴 상처가 서서히 드러났다. 반복되는 업무 속 희미해지는 자신의 선을 발견한 순간, 이종석은 시청자들에게 언젠가 겪었을 법한 어른의 회의감을 섬세하게 전달했다.

 

‘서초동’ 10회에서 이종석이 연기한 안주형은 “불편하지 않았던 적은 없습니다. 불편에 익숙해져 있었던 거지”라며 직장인, 더 나아가 현대인의 내면을 대변했다. 적당한 거리 두기에 익숙했던 그가 감정과 마주한 순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이 과정은 진폭이 넓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울림으로 시청자 곁에 남았다. 10회 시청률이 수도권 7.7%, 전국 6.1%로 치솟은 데에는 이종석 특유의 절제된 감정선과 담백한 현실 연기가 결정적이었다.

이종석 / 서울, 장호연 기자
이종석 / 서울, 장호연 기자

시간이 흐를수록 안주형은 사건 처리라는 프레임 밖으로 조금씩 걸어나왔다. 법정에선 매사 신속함을 유지해왔으나, 점차 억눌렀던 회의가 표면 위로 부상했다. 대표가 던진 “원래 이런 거 불편해하는 사람 아니었지 않냐”는 질문에 숨김없는 진심을 드러내며, 그의 고민이 단순한 일터의 문제를 넘어 삶 자체를 관통함을 보여줬다. 감정 억누름과 솔직함 사이를 오가는 안주형의 미묘한 표정, 그 변화의 결은 동세대 시청자들에게 짙은 공감을 안겼다.

 

또한 문가영이 연기한 강희지와의 관계 변화도 극의 온도를 높였다. 사적 감정이 일에 영향을 줄까 저어했지만, 강희지의 진심과 배려는 안주형에게 사람을 위한 변호사의 본질을 일깨웠다. 이에 힘입어 사건 피해자를 진중히 대하거나, 퇴근길 씁쓸한 표정으로 일말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서 진짜 어른의 자화상이 귓가에 속삭이듯 다가왔다.

 

이종석은 차가운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성숙함, 그리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내면의 흔들림까지 오롯이 담아 ‘서초동’에 남다른 숨결을 더했다. 종영까지 남은 단 2회, 안주형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시청자들은 깊은 여운 속에서 그의 여정을 응원하고 있다. ‘서초동’은 매주 토일 밤 9시 20분 tvN에서 방송된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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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서초동#문가영